(2016 중소기업계 결산)개성공단 폐쇄부터 사드 논란까지…불황에 정세마저 '찬물'

삶의 터전 잃고 아스팔트로…정수기 초토화, 품질논란에 시장신뢰 추락

입력 : 2016-12-28 오후 5:59:36
2016년 중소기업계는 잇단 악재에 눈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연초 개성공단 폐쇄부터 연말 최순실 게이트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수는 한 해 내내 위축되며 힘겨움을 더했다. 출발은 힘찼다. 개청 이래 첫 '기업인' 출신의 중소기업청장을 맞이하면서 수출 활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주 청장은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내수 의존도를 한계로 지목, 세계화를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쏟아지면 희망은 절망이 됐다.
 
 
 
개성공단 전격폐쇄공장에서 아스팔트로
지난 2월11일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면서 124개 입주기업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진출했지만 돌아온 것은 외면이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실직자도 속출했다. 특별법 제정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입주기업 대표들의 투쟁은 여전히 아스팔트 위에 서있다. 지난 7월은 정수기업계의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는 등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졌다. 정수기 시장의 절대강자 코웨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어렵게 쌓아올린 소비자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다. 악재는 하반기에 몰렸다. 장기화된 내수불황에 김영란법 시행, 최순실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소기업계의 체감 경기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 대선 결과 역시 불확실성을 키웠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정세 불안마저 더해졌다.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품질논란에 발칵 뒤집힌 생활가전
올해 생활가전업계는 안전성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까닭에 후발주자들이 대거 경쟁대열에 가세했고, 이는 수급의 불균형을 불러왔다. 글로벌 시장 공략마저 여의치 않으면서 내수 의존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나마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메트리스 등의 제품군을 중심으로 렌탈 사업이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됐고, 뒤이어 청호나이스 역시 이물질이 검출되면서 시장에 적색등이 켜졌다. 앞서 공기청정기, 제습기, 가습기 시장을 강타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맞물리며 안전성 확보는 생활가전업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순간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해명이 아닌 즉각적인 시인과 조치의 필요성도 느껴야 했다.  
 
가구산업 '르네상스'…'부익부 빈익빈'
2014년말 이케아의 한국 진출 이후 국내 가구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았다. 지난해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한 1년을 보냈다면, 올해는 업계의 도전이 결실을 맺는 한 해였다. 다만 거대한 메기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대형 가구사에 집중됐다. 올해 한샘을 비롯한 상위 브랜드 가구사들은 평균 10%이상의 매출 상승을 거뒀다. 하지만 국내 가구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기존 비브랜드 중소 가구업체들은 줄지어 폐업을 선언하는 등 부익부 빈익빈이 연출됐다. 이케아를 경계하던 대형 가구사들이 되레 이케아를 모방, 잇달아 대형매장을 내놓으며 골목상권을 잠식했다.   
  
건자재, 전방산업 휘청에도 선방
건자재 업계는 갖은 악재에도 한 해를 선방했다. 현대차 노조 파업과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등 전방산업이 휘청거렸지만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업계 양대산맥인 KCC와 LG하우시스는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본업에서 성과를 냈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노력도 결실을 맺었다. 인테리어 시장이 건자재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한 해이기도 했다. 기존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의 변화도 숨가빴다.
 
외국인 관광객 1700만 시대, 사드 논란 '찬물'
여행업계는 지속적인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지 못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지난 27일 1700만명을 돌파했다. 출국자 수 역시 지난달 누적 2037만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의 성장 역시 꾸준했다. 다만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사드 배치가 한중 양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한한령(한류금지령)이 업계를 괴롭혔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도 급격히 줄어들 조짐이다. 큰 손으로 불리던 유커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화장품, 숙박, 카지노 등 국내 관광산업 전체로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임효정·남궁민관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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