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코스피가 2090선을 넘기며 장기 박스권 상단 탈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의 박스권 상단은 2050~2100포인트에서 지루한 정체 흐름을 보였다. 이후 지수는 2060선에서 소폭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식시장은 미국과 영국발 불확실성 환경에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라고 얘기한다.
지난주 시장에는 새로운 위기감이 조성됐다. 17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을 깔끔히 떠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천명하면서다. 이어 20일(현지시간)엔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며 트럼프 시대를 본격화했다.
다행히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또 트럼프 취임식 당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0.48%)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라 이번주 국내증시에 미칠 악영향도 제한될 걸로 보인다.
이렇듯 국내증시가 굵직한 대외변수에 맞서 예상보다 선방하는 분위기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선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필요하다.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체였던 외국인의 매수 패턴이 둔화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탄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급뿐 아니라 최근 증시 상승에는 경기 모멘텀도 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고점 영역에 도달한 상황이어서 이 역시 단기적으로 지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시선이 실적을 뒷받침한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로 옮겨가야 할 이유다. 특히 이번주(1월23~27일)는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NAVER 등 주요 기업들이 잠정실적을 내 놓는 등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다. 지난 6일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즌 포문을 연 삼성전자도 이달 말 부문별 실적 확정치를 발표한다.
국내증시는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단기 과열 국면을 맞았고 미국과 영국 등 유럽발 변수로 수급, 환율 등 불확실성에 대한 눈치보기 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인 어닝 시즌을 맞아 차별화된 모멘텀과 안정적인 실적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압축 대응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