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정부·한은의 올해 낙관적 경제전망, 믿을 수 있나

정부 2.6%, 한은 2.5% 성장률 예상…차기 정부 부담될것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기업 관계 신뢰성 상실도 문제

입력 : 2017-01-23 오전 11:20:58
2017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인한 보호주의 대두,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경제의 파장,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THAAD)보복의 노골화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 대선을 계기로 발생하는 정치적 불안정 등이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서는 한국 경제의 전망이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과연 올해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또 정부 측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은 믿어도 좋은지 등을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의 진단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2017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2016년 예상 성장률과 같은 수준인 2.6%로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정부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은 2.5%로 발표했다.
 
성장률 수준을 놓고 본다면 2016년 대비 2017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로는 같고, 한은 전망치로는 0.2% 포인트 낮아지는데 불과하다. 즉 정부와 한은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많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성장률 급락과 같은 큰 문제는 없다는 ‘굿 뉴스’라고 할 것이다. 또 정부와 한은 공히 시중에서 우려하고 있는 집값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가계와 기업은 이러한 정부와 한은의 긍정적 메시지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하방위험의 충격, 우려할 것 없을까
 
정부와 한은의 성장률 전망을 쉽게 믿기 어려운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와 한은이 내부적으로는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경우에도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해 민간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오히려 촉진하는 부정적인 자기실현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방위험을 낮게 발표했을 수 있다.
 
특히 금년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흔들리지 않는 경제운영’을 천명함으로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의 국정운영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국정 운영차원의 고려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기존의 흐름을 지켜갈 것인가. 아니면 탄핵사태의 충격으로 인해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가. 2017년 성장률 전망의 핵심은 결국 탄핵정국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사건의 충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일단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27일 2017년 경제전망 발표에서 “국내도 소비·건설 투자 둔화 등 경기 위축으로 우리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의 충격에 대해 “정치적 파장은 최소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계량화는 어렵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고 진단했다.
 
즉 탄핵소추의 충격은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당초 3%로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던 성장률을 0.4% 포인트 낮추어 2.6%로 전망했으니, 충격을 반영했지만 그래도 2016년과 큰 차이가 없으니 충격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2017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0월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올해 금리 상승 전망 등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본 게 성장률 전망의 주요 포인트”라고 밝힌바 있다.
 
탄핵정국의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지 않다는 증거로 유 부총리는 “작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춰 제시했는데 최종적으로는 2.7%가 될 것 같다. 이를 감안해보면 올해 1분기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도 작년 4분기 성장률에 대해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소폭 플러스 성장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2017년 2.5~2.6% 성장률 과연 가능한가
 
정부와 한은의 전망은 설비투자와 상품수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증가율 저하로 성장률이 2016년에 비해 같거나(기재부) 또는 0.2% 포인트 낮아다는 것(한은)이 핵심이다.
 
올해 국제 석유가격의 상승 등으로 수출 환경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점과 주택투자의 제약으로 인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저하될 것이라는 점은 큰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기업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과연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의 2.6% 감소에서 올해 2.5% 증가로 호전될 수 있는가 하는 점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0.4~0.5% 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1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 참여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도 법규를 위반한 시위자가 없는 평화적 시위를 이어왔다는 것은 탄핵정국에도 대한민국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발전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경제도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탄핵정국이라는 아주 이례적인 정치적 충격을 성장률 예측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탄핵정국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경제적 충격에 대한 예상은 크게 달라 질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은 정치·경제·문화 등 국정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사태가 가져온 국가적 최대의 비용은 국가 시스템 운영의 건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신뢰상실을 가져 왔다. 또 다시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 사태에 직면한 악몽을 재연하면서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가 미친 경제 성장률의 영향과 탄핵정국의 충격을 반영한 정부·한은의 2017년 성장률 내용을 비교해 보면, 국정 중단의 성격과 상태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정부와 한은이 탄핵정국이 미치는 경제적 충격을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분명해 보인다.
 
10.26 사태의 경우, 사태 직전인 1979년 3분기 규모를 회복하는데 민간소비지출은 5분기가 소요됐으며, 특히 1980년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총투자는 사태 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12분기가 걸렸다.
 
공급측면에서는 한국 경제가 2%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기여분을 제외한 경제운영 시스템의 총체적 효율성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가율이 최소 1%대는 유지해야 한다.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의 심각한 훼손과 정국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과연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을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정부와 한은은 2017년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우려할 만한 한국 경제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정국의 영향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전망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2.5~2.6% 성장률이 희망적 전망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과잉 비관론과 과잉 낙관론의 위험
 
비관적 전망이 가져올 수 있는 자기실현적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로 인해 정부와 한은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방위험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망수치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전망 오차가 크고, 매년 몇 차례 수정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며, 한은 전망치의 오차가 큰 이유도 IMF의 예측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 낙관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이 하방위험의 충격을 상쇄할 만큼 강력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경제 상황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괴리가 가계와 기업에 심각한 상처를 수반할 경우 문제가 다르다. 정부의 전망을 믿고 경제행위를 선택한 가계와 기업에게 과소평가했던 하방위험이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굿 뉴스’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뉴스’가 될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는 한편 가계와 기업의 경제행위 선택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짐으로써 시장의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황교안 체제 정부가 전망한 바와 같은 낙관적인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다음 정부의 부담으로 넘겨질 것이 명확한 일이다. 이 경우 다음 정부는 그 상처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국정 운영역량을 소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정부 발표가 가져오는 부정적 자기실현 효과를 우려하기 이전에 먼저 잃어버린 공정하고도 바른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회복하고 정부 정책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이제라도 하방위험이 내포한 위험의 실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협력을 구하는 방안을 정부와 한은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12일 뉴욕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인용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발언했다. 영화의 해피 엔딩과 같이 정부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 낙관적 전망을 실현해 주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란다. 다만 탄핵정국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감독 마음먹기에 따라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뉴욕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투자자 및 글로벌 금융회사 관계자들에게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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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