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TPP를 노리고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충한 국내 의류업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주요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TPP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을 위해 12개 회원국 사이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한 무역협정이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칠레, 멕시코, 캐나다, 베트남 등의 국가가 참여를 약속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3년 1억7094만달러였던 한국 섬유업체의 베트남 투자금액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억564억원을 넘어서는 등 TPP 효과를 노린 투자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언으로 미국에 대한 무관세 효과를 노린 투자금이 기대했던 과실을 거두기 힘들어졌다.
의류 업계 관계자는 "TPP에는 원사, 원단 생산은 물론 봉제까지 베트남에서 해야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얀 포워드(Yarn Forward)' 규정이 적용돼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늘린 업체들이 많았다"며 "의류 시장 최대 수요처인 미국의 탈퇴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국내 주요 의류 OEM 업체는 베트남에 원단 생산과 염색, 봉제 공장등을 세우며 생산라인의 수직계열화를 이뤄왔다. 현재 한세실업의 경우 베트남 생산 비중이 전체의 50~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아직 TPP가 발효되기 전인만큼 무관세가 갑자기 관세로 바뀌는 것 같은 실질적인 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TPP 효과를 노리고 베트남에 진출한 업체들은 투자금 대비 기대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업체들은 얀 포워드 규정 없이 무관세가 적용되는 서남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이 실제로 TPP를 탈퇴하더라도 베트남 진출 기업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이 가지는 매력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풍부하고 값 싼 노동력과 막강한 봉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며 "무관세가 주는 메리트도 상당하겠지만 노동력과 인프라는 또 다른 차원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제3생산법인. (사진제공=한세실업)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