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바늘구멍 뚫기'라는 비유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선·해운·철강·정유화학 등 국내 산업을 지탱했던 제조업 기업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에 힘든데다 경기침체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 양대 산맥이 신규 채용규모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최순실 게이트 파장에 따른 혼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압박, 고유가,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에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모든 경영활동이 올스톱 상태다. 삼성그룹은 모든 일정이 미뤄진 상황이어서 예년처럼 상반기 신규채용이 진행될 지 미지수다.
현대차(005380) 역시 올 상반기 채용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직 임원 인사와 채용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 양대 기업이 신규 채용규모를 확정 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다른 대기업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기업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조선·해운·철강·정유화학 등 몸집이 큰 제조산업이 대부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신규 채용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 취업자수는 17만9000명으로 2015년 대비 무려 3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채용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1만2000명이던 감소폭은 8월 2만2000명, 10월 2만5000명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취업문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또 제조업 중 채용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취업자 역시 지난해 51만6000명으로 2015년 대비 1만3000명 줄어 들었다. 지난 2014년 1월 이후 36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견디다 못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휴대폰·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기업의 상당수가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추세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1~2년간 적지 않은 교육비용을 써야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소수의 경력사원을 뽑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올해 1분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신규채용이 3만명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할 것으로 발표했다. 반면 1인 기업과 소기업의 취업자 증가폭은 대기업과 반대 양상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이 줄고, 미만 사업장의 고용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특히 올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