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차 산업혁명시대와 공무원의 역할

입력 : 2017-02-03 오전 8:00:00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America First)주의'와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주도의 제4차 산업혁명이 새해부터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의 경제이익을 선점하려는 글로벌산업전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비록 선진국과의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면에서 시련이 되겠지만 일부에서는 ‘좋은 기회’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불어 닥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사회의 적폐(積弊)를 해소하고 미래를 위한 발전의 자극제이자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2차 산업시대의 관습과 행태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단지 신 기술상품이나 서비스의 등장을 넘어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은 물론 개인의 생활영역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어떤 과실을 거둘지는 우리의 대응역량에 달려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독일은 ‘Industry 4.0’을 일찍이 확립했고 일본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성장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우리정부도 기획재정부가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미래창조부는 ‘지능정보사회중장기종합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각 부처도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하여 중장기적으로 지능형 학습플랫폼, 학점제 도입, 능력과 적성에 맞는 평가제 등을, 산업통산자원부는 12개 신기술에 7조원을 투입하며,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의 구축, 중소기업청은 창업이나 투자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4차 산업에 대한 대응전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대응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의 대응이 기업이나 산업측면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산업·경제적 관점 외에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처럼 총리중심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둘째, 기술전쟁은 엄청난 금전적·사회적 투자를 수반하므로 자원의 효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집중적인 노력으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영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백화점식이나 나눠주기의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충분한 사전검토와 협의를 통해 추진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얼마 전 부총리가 언급한 “나무 베는데 1시간, 도끼 가는데 45분”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역할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혁명이므로 대응 또한 혁신적으로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새로운 산업과 변화를 수용하려면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새롭고 선도적인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신속하게 해소해야 한다. 민원처리기일이나 규정을 바꿔서라도 민원인의 급한 요구와 기대에 부합되어야 한다.
 
작년에 언론에 보도된바 있는 서울반도체의 이송통로 건을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의 1공장과 2공장은 181미터거리인데 이 사이에 야산형태의 공원이 가로막고 있었다. 회사 측은 1.2km의 거리를 돌아가야 했고 많은 운송비용과 작업시간이 소요되었다. 회사는 두 공장을 연결하는 터널을 뚫게 해달라고 했지만 공무원들이 법 규정과 민원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청와대에 문제해결을 호소했고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403일, 처음 민원제기 후 10년이 걸려서야 운송터널이 준공되었다. 터널을 뚫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고용과 세수를 증대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방치된 야산에 터널을 설치해 누구도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융·복합적 행정이다. 4차 산업시대는 제조업과 ICT의 결합이 생산현장을 물론 소비나 유통의 패턴, 기업구조, 사회문화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권한에 안주하거나 소관만 챙기기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나 정책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서울반도체 사례와 같이 내 소관에서 안 되면 다른 부처에 협조를 요청해서라도 입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시대에는 신기술과 더불어 국민의 권리요구도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에 부합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기업은 물론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신속함도 필수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빠른 물고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 빠른 변화와 타협하고 적응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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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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