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현재,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 혹은 ‘인문학의 고사’ 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은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언뜻 보면, 우리의 생활 속에 인문학 강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는 있지만, 과연 인문학이 우리의 삶 속에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것은 인문학 관련 강좌가 연속성과 깊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향기가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대학에서의 학과 및 강좌 수 감소와도 적지 않은 관련성을 가진다고 보인다.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최근 대학에서 ‘학령인구감소’와 맞물려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이나 ‘학과 통폐합’의 대상은 인문학 관련 학과가 우선순위이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진행 예정인 이른바 프라임사업(PRIME: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또한 인문사회 계열과 예체능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을 늘리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16년 정원조정 결과, 인문사회계열이 2500명 줄고 공학계열이 4429명 늘었다. 이런 일련의 변화로 향후 대학의 구성원 분포에서 인문학 관련 학생이나 연구자의 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학 내에서만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틀에서 봐도 인문학의 고사 위기는 점점 더 팽배해지는 경향을 띠어 간다.
그런 시점에서 교육부와 문화관광체육부가 2017년 1월 12일 밝힌,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기본계획」은 고사되어 가는 인문학의 회생에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물론 조심스런 기대다. 여기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총 2600억 원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을 들어다보면, 초중고 교과 수업시간에 매 학기 책 한 권 읽기나 연극 체험 등 인문학적 교육 활동이 강화된다는 점과 대학에서 모든 계열의 학생에게 인문 강좌를 필수학점으로 이수하게 하는 등의 변화가 들어 있다. 학생들에게 인문소양교육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문한국(HK) 연구소 중 일부를 지역인문학센터로 지정해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대한 인문학 강좌를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고령화로 야기되는 사회적 과제에 인문학적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 인문학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금 · 연구비 지원의 확대도 눈에 띄는데, 인문학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에게는 전공을 살려 연구원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국공립 연구기관에서 연수할 기회를 확대한다. 만약 국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이를 적극 실행한다면 인문학 관련 전공자의 진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인문도시사업’을 ‘인문역사도시사업’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에도 관심이 간다. 실현만 된다면 유럽의 문화도시와 같은 명품 브랜드가 태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동시에 정부가 구상하는 인문학 대중화의 주요 성과에도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해볼만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지속적인 의지를 갖고 행하는가이다.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말고, 향후에도 「인문학 · 인문정신문화진흥기본계획」에 이은 제2의, 제3의 ‘인문학 · 인문정신문화 실천방안’ 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인문학은 우리의 삶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지향한다. 우리의 일상이나 우리의 정신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고귀한 작업이다. 나와 공존하는 이웃과 환경을 더 사랑하게 되고,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콘텐츠가 창출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 꿈꾸는 세상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선적으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고귀한 유산이다. 바로 지금이다. 인문학의 향기가 필요한 시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