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항공업계 '빅2'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각 사별 주요 이슈의 윤곽을 드러낼 운명의 2월을 맞는다. 해당 이슈들은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는 물론, 손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각사별 주요 이슈가 된 법적공방에서 분수령이 될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2월 7일 작년 12월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항공기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리고 승무원을 폭행한 임범준씨의 재판이 열린다.
항공보안법상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 및 업무방해를 비롯해 상해, 재물손괴, 폭행 등 총 5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씨는 당초 지난 24일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재판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일변경을 신청해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특히 임씨가 중소기업인 두정물산 오너 2세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항공업계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승객 갑질논란 개선의 시발점이 될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대한항공은 임씨 사건 직후 승무원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난동승객에 대한 탑승거부를 공식화 하고 향후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난동 승객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인데다 서비스에 민감한 항공업 특성상 업계 역시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던 만큼 대한항공의 결정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또 당시 난동으로 부상을 입은 승무원 2명도 임씨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임씨 사건의 재판 결과는 대한항공의 결정은 물론 항공업계 전반에 걸친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기간 난항을 겪어온 조종사 노조와의 협상 재개 여부 역시 2월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앞선 9차례 협상 결렬에 일부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잠정적으로 파업을 중단한 상태다.
노조가 설 연휴 이후 파업 재개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조원태 사장이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만큼 적어도 2월 안으로 협상 타결이냐 재파업 돌입이냐의 윤곽이 잡히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 협상 일정이 잡힌 것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노조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월 주요 사업 향방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재판을 앞둔 가운데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각 사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2일 샌프란시스코 불시착 사건 관련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인천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OZ214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앞 방파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307명 중 3명이 사망하고 4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1년여 간의 조사를 마친 2014년 6월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결론지었고,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한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아시아나항공이 재차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당초 일정에 따라 지난 25일 판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변론 준비를 위해 일정 연기를 신청하면서 22일로 판결이 밀린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소심과 관련해 변론에 필요한 내용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기를 신청하게 됐으며, 남은 기간 성실하게 재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연간 19만명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는 주요 노선으로 꼽힌다. 때문에 45일 동안 운항이 정지될 경우 업계 추산 200억원에 가까운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의 20% 이상(20.3%)에 달하는 규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월 양사가 받아낼 법원 판결은 단순히 단발성 사건에 대한 결과가 아닌 향후 사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