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모철민 주프랑스대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정황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모 대사는 1일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3년 8월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대면보고를 할 때 박 대통령이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두고 “나쁜 사람이라 그러더라”고 말하며 인사조치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국·과장을 거명하면서 인사조치를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라 놀랐다”며 “유 장관과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 서로 놀라 당황했다”고 증언했다.
모 대사는 “대통령과 대면보고 한 뒤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명(노 전 국장·진 전 과장)에 대해 공직감찰을 했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 얘기로는 이들이 체육개혁 의지가 부족하고, 공무원 품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감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2013년 5월쯤 청와대 지시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불거진 시비를 조사해 “최순실씨 쪽이나 반대 쪽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올렸다. 이를 보고 받은 박 대통령은 유 전 장관과 모 대사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으면서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뒤 이들에게 좌천성 인사를 지시한 것이다.
한편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후임재판관의 선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전제로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짧은 심리기간을 통해 국가운영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겠다는 것은 사안의 선후에 대한 인식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재판부를 압박했다. 전날 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전까지는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또 “재판부는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의 부당함을 입증하려는 피청구인측 증거신청을 대부분 채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의 40년 지기로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서원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며 "최서원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제보함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했던 목표와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권성동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대통령이 실질적 임명권을 행사하는 헌재소장의 경우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정미 재판관 후임은 대법원장 몫으로 헌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 소장 퇴임으로 이날 탄핵심판은 첫 8인 재판관 체제로 열렸다. 소장권한대행을 맡게 된 이정미 재판관도 다음 달 13일 퇴임한다. 한편 다음 탄핵심판은 오는 7일 열린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재단 사무총장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