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희정 충남지사가 치고 올라오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엄청 즐겁고 기쁘다"며 "야권 전체의 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의 대선 레이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굳게 지키는 가운데 탄핵정국을 통해 2위까지 급부상한 이 시장과 대선 출마선언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 지사가 '2중'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이 시장은 1일 저녁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저는 우리 야권 전체가 이겨야 하고, 그중에서 누가 이기냐는 다음 문제"라며 "이 시대 최고의 과제는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공적 권력을 남용한 소수의 정치세력과 기득권자들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국가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절절한 열망을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저는 판이 커질 수 있다면 저는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시장은 야권의 세력확대와 협력을 주장하며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야권은 통합해야 하고, 통합이 안 되면 연대해야 하며, 연대가 안 되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권교체 후 다수 야당에 휘둘리지 않고 적폐 청산을 추진하기 위한 '야권 연립정부'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야권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세력과 책임을 모면하려고 얼굴을 바꾼 세력들은 버리고 그외 나머지 세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합쳐야 한다"며 "안 지사 같은 사람들이 막 올라와 싸우면서 이 역동성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오고 팀으로서 이긴 뒤, 만약 제가 이기면 문 전 대표나 안 지사가 제안한 정책을 수용하고 그분들과 힘을 합쳐 함께 정책을 관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또 이날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에 대해 "저는 이 분이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대선에 마음이 있다고 할 때부터 중도 사퇴하리라는 점을 주장했다"면서 "사무총장을 하면서 한 게 없더라. 우리 국민들은 공직자가 무능한 것은 넘어갈 수 있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페이스 메이커설'도 재차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약속받고 대선 후보를 다른 주자에게 넘긴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대선행보가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억원 단위' 이상의 돈을 써서 여의도에 2개 층을 임대해 캠프로 쓰는데, 연습용으로 대선에 나가려고 그러겠느냐"며 "저는 페인트모션을 쓰지 않는다. 저는 주장을 할 때 꼭 지킬 것만 하고 도지사나 서울시장 하려고 나온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어 자신이 '산재 장애인'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 관련해 제기된 "군 통수권자는 군필자가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군 통수권자는 군필자가 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이것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즉 절반의 여성, 장애인 등 합당하게 면제된 사람들에게 특정 공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으로, 평등정신에 반하며 현실적으로 군의 문민화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