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사상 첫 석화업계 1위…LG화학 제쳤다

지난해 영업익 2조5천억…1년 만에 최고기록 갈아치워

입력 : 2017-02-02 오후 5:11:41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그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LG화학(051910)을 제치고 석유화학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LG화학의 신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롯데케미칼은 삼성의 석유화학사 인수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최대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2일 롯데케미칼은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3조2235억원, 영업이익 2조5478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로 매출은 12.9%, 영업이익은 58.1% 각각 늘어난 수치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무려 1조원 가량 높은 기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년 1조6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6714억원, 737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별도 기준으로는 53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말레이시아 법인인 LC타이탄은 1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효자 노릇을 했다. 삼성에서 롯데로 편입된 롯데첨단소재도 6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폴리에틸렌(PE)·부타디엔(BD)·아로마틱 등 모든 석유화학제품의 시황이 고르게 수익성이 상승하며 4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23.5%에 달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9조5521억원, 영업이익 1조81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1조6111억원)을 돌파, LG화학을 지속적으로 추월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0조6593억원, 영업이익 1조9919억원을 거뒀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LG화학이 크지만, 롯데케미칼은 연간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하며 월등한 수익성을 보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타이트한 수급 지속과 유가 강세로 인한 수요 촉진으로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LG화학을 넘어선 것은 업계 환경 자체가 롯데케미칼이 강한 '범용' 석화제품에 유리하게 전개된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원료 가격이 낮아진 반면 에틸렌·프로필렌 등 제품가격은 높게 유지되며 마진이 확대됐다.
 
반면 LG화학은 기소초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이 주춤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15년 배터리 사업에서 2분기를 제외하고 흑자를 냈던 것과 달리, 올해는 4분기 내내 적자를 내며 수익성이 오히려 퇴보했다. 정보전자소재도 2015년까지는 흑자사업(146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인수한 LG생명과학과 팜한농이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회사의 실적경쟁은 비슷한 커리어를 거친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경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로 두 사람 모두 화학 한 길을 걸어온 '정통 화학맨'이다. 업계를 대변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사업 측면에선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있다.
 
두 회사는 각각 다른 성장 전략을 갖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공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ECC(에탄분해설비)로도 투자를 늘리며 유가 변동에 대응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기존의 NCC(나프타분해설비)에 집중해 고부가 제품군을 늘리는 한편 최근 전기차 배터리, 제약, 농화학 등 다른 사업영역에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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