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정부가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범위를 확대한 가운데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O 표시 범위를 4일부터 전면 확대 시행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농산물을 말한다.
몬산토, 듀폰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식품의 대량생산과 재배의 편의, 저장성 향상 등을 위해 만들었지만 유전자를 조작해 탄생한 식품인 만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국내에선 유해성 여부를 떠나 시중의 가공식품 중 GMO 함유 여부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온전히 알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에 식약처가 GMO를 많이 사용한 식품에만 GMO 표시를 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원재료 함량과 상관없이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GMO로 표시하게 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앞으로는 가공식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GMO(유전자변형) 식품이라고 표시해야 한다. 정보가 담긴 글씨 크기도 기존의 10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확대도록 했다.
그러나 새 기준 안에 식용유와 당류는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열처리, 발효, 추출, 여과 등 고도의 정제과정으로 유전자변형 DNA 성분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GMO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을 만들 때 미량으로 들어가는 부형제, 안정제, 희석제에 대해서도 역시 GMO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 기준을 따르더라도 GMO가 많이 들어가는 식품인 식용유나 간장, 액상 과당 등은 여전히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GMO 표시를 둘러싼 정부의 고육지책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는 셈이 됐다.
실제 시민단체 및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GMO 반대 전국행동 관계자는 "유전자변형 콩을 써서 식용유를 만들었으면 GMO 식용유라고 알려주는 것이 맞다"며 "국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가공 후 DNA 검출 여부를 따져서 표시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대부분 GMO 완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고 일본은 GMO를 가축사료로만 쓰고 중국에선 유전자 변형 옥수수 수입을 아예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GMO를 원재료로 쓴 식품은 예외 없이 모두 GMO로 표시하는 'GMO 완전표시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GMO 완전표시제'에 대해 '시기상조'를 거론하며 난색을 표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면 GMO 사용 여부 확인이 어려운 수입 제품에 비해 국내 제품이 역차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GMO 식품에 대한 부작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GMO 표시가 전면화될 경우 가공식품의 원가상승을 야기해 결국에는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GMO를 '위험한 식품'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가격이 비싼 원자재를 수입해야 할 텐데 그렇다고 식품의 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수년째 식용 GMO 수입 세계 1위 국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GMO 식품 가운데 사료용을 제외한 식용 GMO는 214만 1000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달 13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GMO반대 전국행동 등 관계자들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식약처 GMO 고시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