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한진해운의 부재로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한 때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해운업계를 이끌어야 하는 현대상선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컨테이너 수송력은 51만TEU((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한진해운이 지난해 8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보다 60% 가량 줄었다.
부산항 물동량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홍콩항을 50만개 이상 앞서기도 했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화주들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항 물동량은 162만여개로 전년 동기(165만4000여개) 대비 2.07% 감소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빠져나간 화물은 대부분 세계 1,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로 옮겨갔다. 최근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고, 일본 3대 정기선사는 컨테이너 사업부문 통합하기로 결정하는 등 글로벌 해운업계는 몸집 불리며 국내업계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국내 1위 선사가 된 현대상선의 책임감이 커지게 됐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자산 일부를 인수 받아 국내를 대표해 세계적인 해운사로 성장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현대상선은 오는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중장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일단 내년까지는 수익성 확보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적극적으로 선대 확장에 뛰어들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해운 미주항로 등 자산을 인수한 SM상선 역시 당장은 큰 도움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컨테이너선 보유량은 2척에 불과하며, 계획대로 2018년까지 21척을 확보한다고 해도 기존 양대 국적선사 시절과는 차이가 크다.
현대상선은 운임인하 '치킨게임'을 벌이는 해외 선사들 사이에서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고, 경영정상화를 이뤄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 이후 실질공급이 감소하면서 운임 반등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기조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선복량 증가율보다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진해운 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