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SK와 LG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잔치’ 속에 유보금이 넘치는 SK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LG는 전자의 부진과 함께 움츠러든 모습이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 SK 계열사 수는 총 86개, 자산총액은 160조8480억원이다. LG는 67개, 105조8490억원에 머물러 있다. 격차는 올해 들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주회사 SK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6조7365억원, 지난해 3분기말 7조1726억원으로 곳간이 넘쳐난다. 부채비율도 58%로 안정권이다. 실적이 좋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분기말 각각 10조5194억원, 15조327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M&A 투자를 지속할 실탄이 넘친다.
반면 LG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352억원 영업적자와 25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재무상황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주회사 LG의 부채비율은 26%에 불과했지만, 1년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3조2537억원으로 2015년말 2조7126억원보다 5000억원 넘게 늘었다. LG전자에 대한 지분손실이 반영되면 투자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핵심 경쟁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공격적 투자를, 구본무 LG 회장은 “양적성장 시대의 관행을 버리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SK는 공격적인 M&A에, LG는 당분간 사업구조 최적화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사가 지난달 23일 SK의 LG실트론 인수에 합의한 결정은 이 같은 기조를 시사한다. SK는 반도체소재 등 5대 성장사업을 강화하면서 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LG실트론을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 동양매직, 에스엠코어, 미국 다우케미칼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M&A 큰 손으로 부상했다. 대성산업가스와 상하이세코 추가 인수도 노리고 있다. 연말 인적쇄신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최 회장이 전열을 가다듬고 전사적 공격경영에 나섰다는 평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3조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5조원 등 새 사령탑들도 앞다퉈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LG는 LG실트론 매각으로 반도체사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었다. 신성장 동력인 전장사업 등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월15일 LG화학이 4245억원에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때만 해도 공격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LG전자와 부품 계열사들의 연쇄 실적 부진으로 상황이 틀어졌다. LG CNS의 경우 지난해 9월23일 3800억원 규모의 새만큼 스마트팜 단지 투자 계획이 농민 반대로 무산된 이후 부실 자회사의 청산 작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9월30일 유세스파트너스를 엘비휴넷에 매각하고, 다음달 10일 에버온도 티피피에 팔았다.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자 연말엔 LG디스플레이의 애플 매각설도 돌았다. LG전자는 모바일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가산디지털단지 일대 3282억원 규모의 연구소 5곳을 일괄 매각 추진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