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태양광 관련사업자 파산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6일 일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관련사업자 파산건수는 총 65건으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사대상이 된 태양광패널 제조·판매업체, 설치공사업체, 컨설팅 및 전기판매 사업자 등은 '판매부진(53.8%)', '사업실패(16.9%)', '가동자금 부족(12.3%)' 등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일본 정부가 태양광발전 FIT(발전차액지원제) 매입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kWh(킬로와트시)당 40엔이었던 FIT 가격은 지난해 24엔까지 떨어졌고, 올해 21엔까지 낮아지면서 사업을 진행 중이던 기업들의 철수가 이어지는 등 일본 태양광업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태양광 업계의 한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작된 태양광 버블이 꺼지면서 업체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며 "2015년을 정점으로 태양광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데, 올해 7~8GW 성장한 뒤 내년부터는 2GW 수준으로 떨어져 수요절벽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상공리서치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태양광사업이 도태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태양광업계가 장밋빛 전망을 걷어내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올해 전 세계 수요 전망은 지난해(73GW)와 비슷한 75GW 수준으로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도 급감하지는 않지만,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중국 등 '태양광 빅3' 모두 수요 전망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중국 수요가 전년 대비 20% 정도 감소한 약 20GW, 미국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1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업계도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머콤캐피탈그룹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태양광 설비 증설 용량은 약 9GW로 전년(4GW) 대비 2배 이상 커지며 세계 3위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도 태양광 시장은 2012년 한국과 비슷한 약 1GW 수준이었으나,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후 신재생에너지 친화정책을 적극 시행하며 급성장했다.
해외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 한화큐셀도 지난해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신재생에너지 계열사 MSPL과 141MW, 아다니그룹과 5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계약하는 등 지난해 인도에 총 600MW를 공급했으며, 올해도 600MW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국내는 주로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제 지역적 다변화가 더욱 필요해졌다"며 "일본 등에서 소화하던 물량을 다른 곳에서 채우기 위해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더 개척하는 한편 내수 시장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태양광 시장의 축소 전망은 2~3년 전부터 나왔기 때문에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대형 발전소는 줄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있는 가정용 소규모 시공업체 쪽으로 타깃을 변경해와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못지 않게 국내 시장을 넓히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시장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정책) 시장 통합에 따른 수혜로 신규 설치량이 전년보다 20~50% 성장한 1.2G~1.5W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지난해 설치량은 850MW에 그쳤다.
일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관련사업자 파산건수는 총 65건으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한화큐셀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