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만난 수제맥주 시장 '들썩'

신세계·SPC·LF 등 진출 러시

입력 : 2017-02-08 오후 5:15:55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수제맥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중견 식음료 회사부터 대규모 자본을 겸비한 유통기업까지 수맥주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다. 최근 3년 간 수입맥주의 연평균 성장률이 30%를 넘어섰고, 수제맥주 시장 역시 매년 100%의 성장률을 구가하며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물꼬를 텃다. 2000년대 초 정부는 맥주 제조 면허 기준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 맥주 제조 진입장벽은 허물어졌다. 소규모 양조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자본을 무기로 한 대형 유통기업 등도 가세했거나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매장에 대형 양조시설을 구비해 직접 수제맥주를 제조하거나 해외로부터 수제맥주를 수입해 판매한다. 맥주와 잘 어울릴만한 버거와 피자, 수제햄 같은 맥주 안주에도 공을 들이는 등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031440)가 지난 2014년 오픈한 '데블스도어(DEVIL’s DOOR)'는 현재까지 누적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른바 '정용진 수제맥주펍'으로 불리는 데블스도어는 양조설비를 통해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설비가 크고 까다로워 아직까지 신규 출점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입소문을 타고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매장 방문자 수가 매년 10% 이상 늘면서 지난해 월 평균 4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데블스도어 매장을 찾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호점인 서울 센트럴시티점 개장 당시 주말에는 1~2시간씩 기다려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데블스도어는 현재 부산 센텀시티, 스타필드 하남 등 세 곳에 위치해 있다.
 
SPC삼립은 지난 2015년 강남역 SPC스퀘어에 독일식 델리펍(Deli Pub) '그릭슈바인(GLUCKS SCHWEIN)'을 오픈했다. 그릭슈바인은 '행운의 돼지'라는 뜻의 독일어로, SPC 육가공 전문 자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총 7곳을 오픈했으며 연내 추가출점도 계획하고 있다. 그릭슈바인에서는 독일로부터 수제 맥주를 수입하고 있으며 독일의 대표적인 돼지요리인 '슈바이네 학센'과 스페인식 햄요리인 '하몽'을 비롯해 살라미, 파스트라미 등의 안주를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들의 월매출이 초기보다 약 2배 정도 늘었다"며 "최근에 오픈한 판교알파돔점은 한달 동안 만명 정도가 방문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기업인 LF(093050)는 최근 주류 유통 전문회사인 '인덜지'와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맥주사업에 진출했다.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주목하고, 5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인덜지는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등을 수입해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다. 인덜지는 올해 하반기 강원도 속초에 맥주 증류소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소규모 맥주(크래프트비어· Craft beer) 공급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은 지난해 수제맥주전문점 '공방' 1호점을 오픈했다. 국내 1세대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 회사인 '카브루(KA-BREW)'를 인수하며 생산 기반도 갖췄다. 이와 함께 진주햄의 고급 소시지 브랜드인 '육공방'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올해 50개 점포 오픈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제조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면서 "기존 맥주와 다른 수제맥주를 맛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식품 등 기존의 사업과 연계해 시장을 테스트하고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데블스도어(DEVIL’s DOOR)’가 2014년 11월 오픈 이후 누적 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제공=신세계푸드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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