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전셋값이 물가상승률의 2배 넘게 급등하며 가계 부담의 주범이 됐다. 소득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을 크게 밑돌아 서민들의 체감 주거비 부담은 훨씬 높아졌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여전한 데다 서울의 경우 멸실 가구가 많아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전세' 부문은 104.83을 기록했다.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 전 2015년 1월 98.45에서 무려 6.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7%의 배가 넘게 오르며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이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7347만원에서 2억565만원으로 18.5%나 올랐다.
특히 서울은 3억1152만원에서 3억7991만원으로 무려 22.0%나 뛰었다. 올해 초 전세계약이 만료돼 이사를 하거나 재계약을 한다면 2년 사이 68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최근 2년간 소비자물가 및 전세 지수 상승 추이. 자료/통계청
반면, 가구당 소득은 물가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며 가계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전체가구의 평균 소득은 444만으로, 2년 전인 2014년 3분기 438만원에서 1.32%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실제주거비는 폭등하며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주거비 부담이 늘었다. 2014년 3분기 6만1114원 수준이던 실제주거비는 2016년 3분기 7만9180으로 29.56%나 급등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웬만한 월급쟁이가 2년 동안 모을 수 있는 금액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전셋값이 올랐다"며 "결국 보증금이 더 저렴한 수도권 외곽이나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주거의 질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타지 이동이 어려울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반전세로 내려 앉는 일도 허다하다. 결국 주거비 지출은 더 늘게 되고, 저축이 적어지면서 내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반전세는 보증금 마련을 위해 목돈은 목돈대로 나가고, 매월 지출비용까지 늘어나면서 가계 부담을 더 키운다"고 지적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택시장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폭이라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역시 서민들의 주거질 수준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서울의 올해 멸실 가구는 1만3000가구 이상이 예상 되지만 입주물량은 7000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어서 서민들의 전세 찾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