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저축은행의 예대율이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96.4%를 기록해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금리대출 등 대형 저축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 사업 확대와 더불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대출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풍선효과로 2금융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업계의 수신잔액은 46조704억원, 여신잔액은 43조4646억원으로 예대율은 96.4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예대율 94.5%)보다 1.92% 올라 지난 1997년(예대율 103.5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대율이란 저축은행이 고객들에게 받은 예금 잔액에서 대출로 나간 잔액의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대율이 90%일 경우 100억원을 예금으로 수취해 90억원을 대출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수신금리가 은행보다 높아 저축은행을 찾는 예금 수요가 몰려 수신고가 큰 폭 증가했음에도 예대율이 크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예대율의 모수인 예금액이 많이 늘어나면 그만큼 예대율은 떨어지지만, 지난해에는 예금보다 대출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45조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4237억원(19.7%) 늘었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43조4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8808억원(22.1%)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4년(24.0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저축은행 사태이후 업계 이미지 쇄신과 높은 금리 제공 등으로 예금도 많이 늘었지만 대출 수요가 더 많아 예대율이 늘어난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기 둔화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대형 저축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 사업을 확대하면서 예대율 증가에 영향을 준 탓도 크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저축은행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도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민금융 지원 정책으로 사잇돌2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이 증가해 개인신용대출 사업이 확대된 영향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2금융권을 통해 대출 받기를 원하는 수요가 몰린 탓도 크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는 저축은행의 예대율 증가세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2금융권으로 확대돼 저축은행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들도 올해는 미국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기 변화에 따라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 사업 확대보다는 기존 대출사업을 유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저축은행업계가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에 따라 개인신용대출 사업을 확대하면서 예대율이 증가해 IMF이후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올해의 경우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2금융권으로 확대되는데다 미국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기변화의 영향으로 대출 증가세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예대율이 96.4%를 기록해 회복세를 보이며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대출을 위해 저축은행 창구를 방문한 고객의 모습. 사진/웰컴저축은행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