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와, 정말 오랜만이네”,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구만. 하하.”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 모인 40여 명의 중년 남성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안부를 묻기 바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장·차관급으로 근무했던 공통점을 지닌 이들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이심전심으로 만났다”고 참석 인사들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에 입항하는 도선사 역할을 착실히 해야 한다”며 “정권교체 과제에 대해 조심해야 할 부분과 안심해도 될 부분을 잘 가려주고, 정권 출범 후에도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과거 경험을 살려 자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로 위원회 성격을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간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던 분들이 정권교체라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의 앞에서 만났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힘을 모아 정권교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3기 민주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 이후 마치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정리해 나가듯 위원회가 다음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은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통상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을 이양받기 위해 갖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정 전 장관과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을 따로 만나 향후 활동방향과 전략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경제·비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각 부처를 이끌었던 인사들이 눈에 띈다. 경제분야에서는 이 전 실장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봉흠·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비경제분야에서는 정 전 장관을 비롯해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변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용·이규용 전 환경부장관 등이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위원회 출범이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대세론’ 공고화 움직임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에는 선을 긋고 나섰다. 캠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취해왔던 정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자문그룹 출범 정도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인사 대다수가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들이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서도 “오늘 1차로 공개한 37명 외에 준비가 되는대로 나머지 30여명도 공개할 예정으로 안다”고 답했다. 실제 위원회 공동대표는 물론 자문활동 지원업무를 주도하는 상임위원에도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김성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임명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참석인사 간 균형을 맞춘 모습이었다. 위원회 상임고문은 박승 전 한은 총재와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윤덕홍 전 교육부 장관이 맡는다.
문 전 대표의 최근 일정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 전직 고위관료들이 수시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포럼대구경북 출범식 및 국민승리·정권교체 결의대회’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14일 오후 세종시 내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토론회 좌장으로 행사 축사를 맡은 문 전 대표와 마주쳤다.
이밖에 800여 명의 학계 인사가 참석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전문가와 시민이 주축이 돼 조직한 네트워크 모임 '더불어포럼' 등도 문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 세번째),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앞줄 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