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BC' 난항…주민설명회 봉은사측 반발에 파행

봉은사 "일조권 침해", 현대차 "영향 없다"

입력 : 2017-02-14 오후 5:45:08
현대차(005380)그룹의 신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이 봉은사측과 일부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은 일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강남구는 14일 서울 삼성1동 주민센터에서 ‘GBC 신축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봉은사측의 단상 점거 등에 설명회가 파행됐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봉은사 관계자, 인근주민, 현대차, 강남구청 등 이해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GBC 사업개요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원회와 소속 신도회원 등 100여명이 단상을 점거하고, 설명회 진행을 저지하면서 결국 두 시간 만에 행사가 무산됐다. 주최측과 고성이 오가면서 설명회장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다행히 큰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봉은사측은 초고층 빌딩인 현대차 GBC 건물이 들어설 경우 500m 떨어진 봉은사를 비롯해 일대의 문화경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일조권 침해와 하루 3시간 이상 햇볕이 들지 않게 돼 목재 건축물을 비롯한 문화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대차 GBC 건설을 반대해왔다.
 
강남구청이 의뢰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일조 침해 여부는 법원 판례를 참조해 두 가지로 조건으로 정했다. ▲ 9시부터 15시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지 못하거나 ▲ 8시부터 16시 사이의 8시간 중 간헐적으로 확보되는 일조시간의 총합이 4시간 이상되지 못하면 일조권 침해로 봤다. 그 결과 거리상 GBC가 들어서는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2 일대에서 사방 296m 지점까지가 영향권에 놓였다. 봉은사 선불당은 GBC에서 300m가 떨어져 일조 영향 거리를 벗어났다. 봉은사 일조권 침해 여부가 “영향없음”으로 결론 났다.
 
봉은사 보존대책위원회 지오 스님은 “종단차원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결과와 현대차 결과가 전혀 다르다”면서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환경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민설명회는 형식적인 것으로 현대차와 봉은사 등 두 곳 이상에서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서울시에 보내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중열 현대차그룹 신사옥(GBC)추진사업단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주민설명회 무산으로 GBC 건설을 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계획과 절차대로 안전하게 지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희현 강남구청 도시선진화담당관 과장은 “초안 설명회로 본안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면서 “서울시와 논의 후 주민설명회 날짜를 다시 잡겠다”고 말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GBC 건설을 반대하는 봉은사측과 찬성하는 주민들이 설전을 벌이면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영택 기자
  
봉은사측 신도들이 피켓을 들고 GBC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김영택 기자
 
현대차그룹은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사업의 시행으로 발생되는 ▲주민 생활환경 ▲환경오염 피해 ▲대기질 및 온실가스 ▲수질 ▲토양 ▲소음·진동 등 환경에 미칠 주요 영향과 이에 대한 저감방안을 발표하려 했다.하지만, 봉은사 보존대책위원회와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당장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현대차 GBC 건설도 난항을 겪게 됐다.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는 인근 주민을 비롯해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서로의 의무 약속 행위로 의견을 모아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전 단계다. 다만, 행정기관의 장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명시돼 있다. 
 
김남식 서울시 동남권사업단 사전협상팀 주무관은 “사업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못한 경우 사업 승인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주민설명회를 거쳐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다음달 2일 환경영향평가 열람이 끝나기 전까지 현대차와 봉은사가 원만히 협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견 없음’으로 결론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GBC에는 국내 최고층 건물과 함께 호텔·업무시설, 공연장, 전시·컨벤션 등이 들어선다. 사진/현대차
 
한편, 현대차는 지난 2일 GBC 환경영향평가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평가서에 따르면 GBC 높이는 기존 553m에서 16m 높인 569m로 수정됐고, 사업비 역시 2조5000억원이 늘어난 17조3130억원으로 발표됐다.
현대차는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 모든 행정절차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 GBC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향후 국내 최고층 건물과 함께 호텔·업무시설(35층), 공연장(9층), 전시·컨벤션(6층) 등 5개동을 계획대로 지을 계획이다. 553m 높이의 전망대, 강남 최대 규모의 2000석 공연장, 영동대로 지하공간과 연결되는 ‘천정 없는 지하공간’, 공원 등이 안팎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어 독일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처럼 자동차박물관 등 관광요소를 가미해 국가적 상징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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