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35층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초고층 조성이 가능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소음과 학군 등 한계도 분명하지만, 높은 층고의 회소성, 지역 랜드마크로의 입지는 어쩔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초고층 건축 계획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주상복합 아파트가 재조명 받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2000년대 들어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인기를 끌었다. 일반 아파트보다용적률이 높아 초고층으로 지을 수 있어 조망권과 지역 랜드마크로서 입지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용률이 낮아 실면적 대비 높은 분양가와 관리비는 금융위기 이후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일반 거주지역이 아닌 준거주지에 들어서는 특성상 소음문제와 취약한 학군, 부족한 비율, 낮은 통풍성 등도 급격한 인기하락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3.3㎡당 2059만원에 달했던 서울시내 주상복합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듬해 1940만원으로 떨어진 뒤 2014년 1933만원까지 하락했다.
작년 기준 2009만원까지 올라섰지만 여전히 5년전 고점과 비교해 낮은 가격이다. 일반 아파트 가격(3.3㎡당)이 2012년 1536만원에서 작년 1751만원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고급 아파트의 상징처럼 여겨지다 금융위기 이후 인기가 급격히 시든 주상복합 아파트가 서울시 초고층 아파트 희소성 상승 전망에 따라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내 우뚝 솓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서울시가 한경변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35층 이상 건축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초고층 단지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자, 주상복합에 대한 관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기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단점에도 불구, 초고층 단지들이 갖는 상징성에 기인한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동일 면적의 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조망권 격차가 큰 고층과 저층간 매매가는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의 경우 같은 동에 위치한 다른 층고의 매물이(154㎡) 23층은 12억6000만원, 4층은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5억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여의도와 용산 일대 주요 단지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최고 42층의 용산시티파크 1단지는 최근 2주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상승했고, 최고 39층의 여의도 자이 역시 호가 상승을 고려하는 매도 희망자들의 문의가 잦아진 상태다.
여의도자이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기존에 비해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사실이지만 작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 고층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종종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축이 가능한 주상복합의 희소성은 인정하면서도 일반 아파트의 대체재 성격의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고소득층에겐 선호받고 있지만, 35층 이하라 해도 준수한 조망권을 갖춘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중저층에 대한 수요도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기존 주상복합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채광과 통풍 등을 개선한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단지들은 있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 층고제한이 주상복합의 가치 상승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각 단지의 자체적 경쟁력 측면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