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업계가 전방위적으로 자체브랜드(PB)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존 음식료나 화장품, 의류 등 저가 제품 위주였던 PB 상품이 가전제품이나 다이아몬드 반지 등 고가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풍토가 약해지면서 '가성비'를 높인 PB 상품이 고가품 시장에서도 틈새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신세계(004170) 백화점은 15일 백화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했다. 결혼을 앞둔 20~30대를 겨냥한 브랜드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주력 상품이다.
아디르는 상품 기획과 디자인은 물론 다이아몬드 원석 구입, 제작, 판매, 브랜딩 등 전 과정을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맡은 PB 브랜드다. PB의 장점을 살려 중간 유통마진을 빼고 원석도 소매상이 아닌 원석공급딜러에게 직접 매입하며 해외 럭셔리 브랜드 대비 가격을 20% 낮췄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품질과 가격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고객 니즈에 맞춘 철저한 고객 맞춤형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마트(139480)도 새로운 PB 상품으로 '러빙홈 침구 청소기'를 내놨다. 그 동안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통해 음식료와 생활용품 등의 분야에서 PB 돌풍을 일으켜온데 이어 가전제품 분야까지 PB 상품을 확대했다.
러빙홈 침구 청소기의 가격은 6만9800원으로 보통 10만~30만원에 판매되는 침구청소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성비를 위해 불필요한 기능은 제외하고 핵심에만 집중했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이다. 1분에 4500회 회전하는 브러쉬와 350W 강력모터, 물세척 가능한 필터링 시스템, 미세먼지와 진드기 사체를 걸러내는 헤파필터 등 주요 기능은 모두 갖췄다. 중국 최대 청소기 제조업체 '킹클린'사와 2년간 사전 협의를 통해 제품을 제작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청소기뿐만 아니라 TV나 에어컨, 냉장고 등 고가 가전제품도 PB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전자랜드는 올해 3~4월경 벽걸이형 에어컨과 일반형 냉장고를 PB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전자랜드는 앞서 지난해 9월 PB 상품으로 40형대 LED TV인 '아낙TV'를 선보이며 인기를 끈 경험이 있다. 아낙TV는 출시 직후 3개월간(작년 10~12월) 800여대가 판매되며 같은 기간 전자랜드에서 판매된 동일 사양의 타 브랜드 제품 대비 3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40형대 TV를 일반 제조사 제품의 반값 수준인 42만원에 선보였던 것이 인기 비결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PB 시장이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불황과 함께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등 유통채널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가격이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채널 사이의) 접근성이 무차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부각되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패턴이 더 강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PB 웨딩주얼리 브랜드 '아디르'(왼쪽)와 이마트가 선보인 PB 침구청소기 '러빙홈 침구 청소기'. (사진제공=각 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