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대규모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가 임박한 롯데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예정됐던 롯데의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과 특검 수사로 인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 계열사들이 오는 21일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사회 개최 소식을 알림에 따라 그룹 인사는 물론 대규모 조직개편도 윤곽을 드러낼 조짐이다.
15일 롯데에 따르면 그룹 내 화학과 식품 계열사의 이사회를 21일 개최하고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 이사회는 22일 열린다. 호텔롯데를 비롯한 서비스 부문과 기타 계열사 이사회는 23일 이후에 열릴 예정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인사와 조직개편을 두고 검토와 수정이 반복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도 통상 이사회 직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 단행돼 온 만큼 다음주 중 그룹 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는 정책본부 축소와 흩어진 계열사를 통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구상 중이다. 사장단 인사도 이같은 그림을 토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되면서 각 계열사에서 현장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우선 롯데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책본부는 절반 수준으로 슬림화한다. 정책본부를 대신해 경영혁신실을 신설하고 기존 7개실을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 가치혁신팀 등 4개 팀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자연스럽게 조직 축소로 인한 이탈 인력은 각 BU 및 계열사로 흩어져 '임직원의 대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정책본부는 최근까지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면담을 실시하며 개편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BU 개편으로 인해 이동 가능성이 있는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대적인 계열사 통합 작업도 이뤄진다. 롯데는 그룹 내 93개 계열사를 ▲유통 ▲식품·제조 ▲화학·건설 ▲호텔·서비스 4개 부문의 BU(비즈니스유닛)체제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신설되는 BU를 대표할 수장들의 얼굴이다.
우선 정책본부를 대신할 경영혁신실을 이끌 수장에는 황각규 롯데그룹 운영실장(사장)이 유력하다. 황 사장은 신 회장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신설되는 '경영혁신실'이 정책본부에서 축소돼 나오는 것이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만큼 신 회장이 가장 오랜 시간 신임하고 있는 황 사장이 쇄신을 앞둔 롯데의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적임자라는 게 롯데 안팎의 평가다.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롯데 주요 쇼핑계열사를 이끌 유통BU장에는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소 사장은 1977년
롯데쇼핑(023530)에 입사해 올해 입사 4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세븐일레븐 대표, 롯데슈퍼 대표 등을 역임해 유통부문을 두루 거쳐온 인물이다. 일각에선 올해 61세로 비교적 '젊은 피'에 속하는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도 유통 BU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 등 그룹내 B2B 위주의 계열사를 이끌 화학·건설BU장 후보에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몇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만큼 회사 성장을 주도한 허 사장의 화학BU장 배치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롯데제과(004990) 등 식품계열사를 이끌 '식품·제조BU장'과 롯데의 호텔 및 관광사업 등을 책임질 '호텔·서비스BU장'은 안갯속이다. 각각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과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BU장들과 비교해 확신감은 부족하다는 게 롯데 내부 분위기다.
롯데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인사를 돌이켜보면 당연하게 예상했던 것이 뒤집힌 적이 많았다"면서 "앞서 짐작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뚜껑이 열릴때까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그동안 외부 인사 영입을 배제한 롯데의 '순혈주의'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그룹의 대대적 쇄신이 필요한 시기인만큼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긴장의 고삐를 당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신 회장이 검찰 수사 등을 겪으며 중요성을 강조한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의 경우 전문 외부인사 영입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쇄신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해 성장과 혁신이 모두 가능한 쪽으로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