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항소심서 무죄(종합)

법원 "금품 전달 자 진술 신빙성 인정 안돼"

입력 : 2017-02-16 오후 12:48:15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합리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홍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 전 사장의 진술이 추상적이고 객관적 사실에 배치된다는 등 이유로 1심과 달리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금품전달에 관해 많은 부분을 자신의 처와 다르게 진술하고, 일부는 진술 내용을 변경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부사장이 당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의원회관의 공사 상황 등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점, 출입 과정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진술을 못했던 점 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금품 전달 장소와 전달 과정의 특이성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1억원 건네줄 때 ‘단도리 잘하라’ 취지의 말을 들은 사람이 차량 출입기록과 의원실 방문기록 등이 남는 의원회관에서 금품을 전달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성 전 회장에 금품 교부를 통해 받은 이익제공과 편의제공에 관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도 무죄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홍 지사에게 교부 대가로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요청하거나 그 밖의 혜택을 요구한 자료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 등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홍 지사는 이날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며 “맑은 눈으로 재판부가 판단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다만, 홍 지사가 현직 자치단체장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전 1억원을 줬다는 등의 고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진술 내용도 부합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경남기업에서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의원회관에 있는 홍 지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홍 지사와 같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지난해 9월 이 재판부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4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정치인 8명의 이름과 돈의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이후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나섰다.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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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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