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행정실수로 오리지널약 지정 혼선

대웅 "행정절차 위배" 주장…글리아티린 대조약 '오락가락'

입력 : 2017-02-19 오전 9:56:07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650억원대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복제약 개발에 기준이 되는 오리지널약(대조약) 지위가 오락가락 변경돼 혼선을 빚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조약을 변경하는 절차에서 단순 행정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대웅제약(069620)이 지난해 10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글리아티린 대조약 변경처분 취소' 행정심판에서 청구성립 판결을 최근 내렸다.
 
대조약이란 복제약을 개발하기 위한 기준약을 말한다. 글리아티린은 15년 동안 대웅제약이 국내 판매하던 제품이다. 대웅제약은 원개발사인 이탈리아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를 수입하고 기술을 이전받아 자사 제조소에서 생산했다. 하지만 판권이 지난해 종근당(185750)으로 넘어가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식약처가 판권 변경에 따라 대조약을 종근당 제품으로 변경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식약처가 약사법에 따라 대조약을 변경 시에 사전통지 및 의견조회 절차를 누락했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단순 행정착오인 셈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식약처는 지난 15일 글리아티린의 대조약을 대웅제약 제품으로 다시 변경했다.
 
문제는 대조약이 또 종근당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종근당이 대조약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대조약은 ▲신약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 품목 ▲전년도 보험급여 청구수량이 가장 큰 품목 등으로 선정된다.
 
종근당은 이탈코파마와 제휴를 체결해 '종근당 글리아티린'을 팔고 있다. 종근당이 이탈파마코와 제휴했기 때문에 사실상 오리지널약으로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복제약인 '글리아타민'을 선보였다. 글리아타민 자체가 복제약이어서 다른 복제약의 기준약이 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종근당은 신약이면서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 품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전년도 보험급여 청구수량이 자사가 높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처방액은 대웅제약 글리아타민이 453억원으로 종근당 글리아티린 300억원을 앞선다.
 
대웅제약은 자사로부터 허가승계와 기술이전을 받지 않았으므로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오리지널로약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식약처로부터 지난해 10월 품질(성상) 결함으로 일부 제품 자진회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단순 행정실수를 저질렀고, 대웅제약이 법리적 판단으로 이를 물고 늘어진 것"이라며 "식약처에서도 어떤 약을 대조약으로 할지 상당히 부담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각사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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