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행정도시 세종)②학계 '행정수도 완성' 공감…"반드시 국민 합의 거쳐서"

"현재 상태론 비효율 지속될 수 밖에"…"개헌 아닌 국민투표로 가능" 주장도

입력 : 2017-02-2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학계와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잇따른 세종시 기능 강화와 재편 공약에 대해 대체로 원론적으로 동의했다. 비효율적인 현재의 세종시 운영방식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에 남아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의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 일부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자칫 대선 표심잡기용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논의와 국민투표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학계나 전문가집단에서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를 이룬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의 '관습 헌법 위반' 판결과 이명박 정부의 행복도시로의 계획 변경 등으로 기존 취지가 퇴색됐다"며 "대선 주자들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종시로 일부 부처만 이동한 현재 상태에서는 비효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국회 등 입법기관이 서울에 있어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며 "현실적으로 세종시 부처를 서울로 다시 올릴 수 없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 분원 등 일부 입법기능을 세종시로 내리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세종시는 절름발이에 불과하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아 다음 정권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설치, 국회 분원 설치 등의 조치와 더불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장 미래부와 행자부 등 서울에 남아있는 행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호 한국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은 사법부도 일부 기능을 지방에서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대법관 1명당 연 평균 3000건의 판결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는 연 평균 100건 이하인 타 국가들보다 수십배 많은 것으로, 국민들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각 지방 고등법원에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후보들의 과도한 행정수도 공약 강조가 표심잡게에 급급하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 후보들은 전부다 코끼리 다리 만지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 근본적인 현재 진단 없이 표에만 매몰된다면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며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현상진단이 이뤄진 후 국민투표 등 국민합의를 반드시 거친 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을 예시로 들면서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월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 정부부처 개편을 위해 전국의 교수들을 모아 정부부처와 지방자치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개편안을 만들어냈다"며 "당시 합리적인 정부개편과 지방자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어느 정부도 이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제대로된 진단을 하지 않았고, 대통령 입맛에 맞게 일부부처만 조정되는 행태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역시 현재 세종시의 비효율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대선 후보들이 세종시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는 것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 사이에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포퓰리즘적으로 갈 수 있다"며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순간 합리성이 사라지고 국민의 합의와 상관없이 표몰이 수단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 간 지역적 이념적 편가르기 형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행정수도를 이전하는데는 헌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학계 의견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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