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이 방산업체들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임에도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지만 자회사들 덕분에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를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 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이 높은 실적을 거둔 덕분에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683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을 거둔 가운데, 두 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한 한화테크윈의 실적은 약 20억원 '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4분기(147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이 대폭 줄긴 했으나, 본사 및 해외 자회사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매출 약 1조1026억원, 영업이익 약 372억원으로 예상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다만 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부문별로 보면 엔진 부문은 엔진부품사업 관련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산 부문은 K-9 자주포 1차 납품이 종료된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산업용장비 부문은 외형 감소로 인한 고정비 증가로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는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연간 15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큐리티 부문만 견조한 이익을 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용장비 등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손실을 낸 사업부가 4분기에도 손실을 냈다"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이 완료된 것으로 판단되던 사업의 적자지속은 올해 실적 전망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조5188억원, 영업이익 150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역시 두산과 삼성에서 인수한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이 각각 지난해 2분기, 4분기부터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익 규모가 커진 덕이다. 두 자회사가 연간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했다.
4분기 들어 한화디펜스는 창정비(군용기의 장착물을 분해해 방부처리, 성능체크 등을 하는 것) 매출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고, 한화시스템은 3분기까지 지연된 수익이 4분기에 인식되며 호실적을 거뒀다. 인수·합병(M&A) 이후 지난해 빠른 안정화 작업을 거치며 실적 안정성은 다소 높아졌다는 평가다.
올해 한화테크윈의 실적 반등은 '자주포 수출'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2500억원 규모의 폴란드 후속 수출계약이 체결됐고,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자주포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안에 K9 자주포의 인도 및 유럽 2개국 수출이 가시화 될 경우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산부품·장비대전'이 열린 창원컨벤션센터 옆 야외 전시장에 한화테크윈에서 만든 K-9 자주포(맨 앞)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