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치킨, 피자, 족발 등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야식으로 자주 먹고 자면 소화 및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기 쉽다. 또한 치열, 정맥 확장에 따라 치질(치핵)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질은 항문에서 발생한 질병을 폭넓게 이르는 말이다. 항문관 정맥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벽이 약해지는 게 원인이다. 치질은 항문관 정맥혈관이 늘어나 덩어리가 생기는 치핵, 항문 염증으로 누공(빈공간)이 생긴 '치루', 항문의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등으로 나뉜다. 이중 치핵이 가장 많이 발생해 치질과 치핵을 혼동해서 쓰기도 한다. 치질 환자는 약 8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배변습관, 비만, 임신, 가족력 등 치질의 원인은 다양하다. 잘못된 식생활 습관도 항문 주위 혈관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많은 이들이 저녁 식사 이후 야식을 즐겨 찾는다. 밤에 음식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불균형해지기 때문에 비만, 소화기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변비나 치질과 같은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야식인 치킨은 변비와 설사를 유발하고 항문을 자극해 치질 질환을 촉진할 수 있다. 설사에 포함된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은 항문과 항문 점막을 손상시키며 잦은 고지방 섭취로 변비가 심해지면 치핵과 치열을 유발하게 된다.
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먹으면 치질 발병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맥주를 자주 마시면 항문 주변의 혈관이 확장된다.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동안 확장된 모세혈관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치핵 내 압력이 높아지고 항문 주변 혈관에 피가 고인다. 고인 혈액이 치핵 내에 응고되면 치핵이 발생한다.
치킨과 맥주는 치질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뇌출혈, 대사증후군, 협심증 등 심각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배가 고파 잠들기 어렵다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바나나, 두부 등 건강하고 가벼운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포만감을 주는 것이 좋다.
아침은 거의 먹지 않고, 저녁 식사에서 하루 섭취 칼로리의 50% 이상을 섭취하는 야식증후군이라면 치질 발생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야식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을 거르거나 극히 적게 먹고 저녁에 폭식을 한다. 자다 깨서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으며, 폭식을 하고 제대로 열량 소비를 하지 않은 채 잠들기 때문에 대장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야식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비, 치질, 항문 농양 등의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이 중요하다. 아침 식사를 최대한 챙겨 먹고 점심에는 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특히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잠에서 깬 후와 아침 식사 후이므로 아침식사를 챙겨 대장운동을 촉진하면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 온수 좌욕을 꾸준히 실천하면 항문 조임근이 이완돼 항문압이 낮아지고 괄약근 주변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치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좌욕을 할 때는 좌욕기나 샤워기와 같이 거품(에어버블)을 발생시켜 항문 주변을 마사지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해야 한다. 대야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단순히 엉덩이를 오래 담그고 있을 경우 오히려 항문 혈관의 압력이 증가하거나 치열 부위 상처가 덧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상진 메디힐병원장은 "샤워기를 이용해 물살이 세지 않게 조정한 후 자신의 체온과 비슷한 37~38℃의 온도로 3분 정도 항문 주변을 마사지해주면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되는데, 좌욕 후에는 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완벽하게 건조해야 항문소양증 등의 2차 항문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만일 식사습관 변화, 좌욕 등의 방법에도 치질 질환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질환 단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도움말=메디힐병원)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야식으로 자주 섭취하고 자면 소화 및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다. 신진대사가 불균형해지기 때문에 비만, 소화기 질환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변비나 치질과 같은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