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청년창업의 그림자가 짙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14년 이후 30세 미만 창업자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겉의 화려함과는 달리 속은 곪아가는 형국이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1~2년 사업을 유지하다, 끝내 홀로서기에 실패하면서 빚만 떠안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지원금이 넘쳐나다 보니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노리는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맞물리면서 청년창업은 이미 대세가 됐다. 2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6155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9세 이하 청년층이 신설한 법인은 2만6954개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신설법인 4곳 가운데 1곳은 청년창업인 셈.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이 신설한 법인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0세 미만이 신설한 법인 수는 6062개로, 전년 대비 21.6% 급증했다. 3~7%대였던 20대 청년층의 신설법인 증가세가 현 정부 들어 매년 20%대를 이어가고 있다. 창업 시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투자 등을 받기 위해 법인사업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이는 현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책에 기인한다.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 관련 예산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6%가량 늘었다. 하지만 과도한 정부 지원이 오히려 청년들을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창업으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 중 만난 9년차 창업가인 40대 김모씨는 "최근 청년창업이 급격히 늘었다. 창업을 계속해서 준비해온 청년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호기심에 '한 번 해보자'라는 20대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문제"라며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까지는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한다지만 이후 개발된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지원금 이상의 돈이 필요하고, 실패시 대출금은 다 빚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취학 어린이에게 몇십만원을 손에 쥐어주고 잘 써보라는 식이다. 창업시장에서는 청년창업가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더 높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대출받고 이를 상환하지 못한 경우가 지난 2013년 80건에서 3년새 221건으로 약 2.7배 늘어났다. 미상환 금액 역시 2013년 44억원에서 2015년 12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브로커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청년들을 대신해 창업 아이템을 제공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될 경우 지원금의 10%가량을 수수료로 챙기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년창업가는 "한 친구는 브로커를 통해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지인을 통해 해당 브로커를 소개받기도 했다"며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30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사업 아이템이 본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개발해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귀띔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