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19대 조기대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권의 주인을 가릴 대회전이 바야흐로 시작됐다. 불과 1달여전만 해도 '대세론'을 굳히며, 당내 경선이 맥이 빠질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문재인 전 대표쪽이 안희정 충남지사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올라와 '양강구도'를 만들어내자, 급속히 '전투모드' 돌아섰다.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22일 "안 지사 지지율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며 경계감을 보였다. 이런 국면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당시 문 전 대표가 확고한 대세론을 형성한 가운데 안 지사는 지지율 3~4%를 오가는 군소후보였다. 지금은 민주당 대선 후보군에서 탈락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부겸 의원과 비슷한 지지율이었다.
당시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내 대선 경선 국면에서 '형님'으로서의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쉽사리 당 내 경선을 통과해 다른 정당으로부터 민주당이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우려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됐을 정도다.
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룰이 완전국민경선으로 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촛불민심'을 수용하라는 박 시장과 김 의원의 주장을 문 전 대표 측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안 지사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구사하면서 현재와 같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어냈다. 문 전 대표는 최근까지 안 지사 돌풍에 대해 약간의 긴장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동지적 연대감'을 드러내왔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도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 지지율도 오르고, 저도 함께 오르니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라며 안 지사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 사이 안 지사는 중도층은 물론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 '무주공산'에 가까웠던 보수층까지 공략하는 전술로 약진을 시작했다.
마침내 안 지사는 문 전 대표 대세론을 흔드는 양강구도까지 만들었다. 지난 21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지사는 36.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전 대표(39.4%)에 2.5%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조원씨앤아이·더리더 18~20일 대한민국 성인남녀 1052명 대상 ARS 여론조사 결과, 응답률 3.4%,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전 대표의 안 지사에 대한 위협은 그의 발언으로도 확인된다. 안 지사의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선의'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다음날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라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가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많은 사람이 피바람이 난다"고 받아치자 문 전 대표가 21일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며 재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안 지사가 '제 사례가 적절치 못했다'며 물러섰지만 자신의 주장을 꺾지는 않은 상황이다.
안 지사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이와 같은 '공격'은 그만큼 그의 절박함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지사는 최근 며칠 사이 발언들로 중도보수층을 끌어안았다. 문 전 대표의 최대 숙제인 외연확장을 단기간에 이뤄낸 것은 문 전 대표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해보인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의 대선 본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한판 승부가 사실상 이번 대권의 주인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지사 측에서는 20·30대와 호남지역에서 지지도가 낮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중인 자원봉사자 모임 ‘희정크루(HJ crew)’에 800명 이상이 모였다는 점 등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들고 있다. 또한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의 충청지역 지지율이 문 전 대표에 10% 이상 앞선 결과가 호남지역 지지율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석현동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전남 네트워크 출범 및 탄핵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전 대표 측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준비된 정책행보’를 지속하고 기존 당 내 견고한 지지층을 안고 가는 방식으로 높은 지지율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은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우위의 증거로 내놓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