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이른바 ‘막가파식’ 변론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평우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도발적 행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심 재판관을 모욕하는 등 재판부를 크게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탄핵심판에 불리한 공격이어서 사전에 박 대통령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김 변호사에게 따로 역할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16차 변론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면 내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일원 재판관은)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다. 법관이 아니다”라며 재판부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다. 90분 동안 이어진 그의 발언은 변론이 아닌 선동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가 관련 소송을 많이 수행해 온 한 변호사는 “변론이라기보다 최근 일련의 (촛불집회에 맞서는) 반대집회 참여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법정에서 법원을 향해 도를 넘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하는 용어라든지 법조윤리 측면에서 볼 때 법리를 주장하는 변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장인 이정미 재판관은(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막말에 “언행을 조심하라. 수석 대리인이란 말은 감히 이 자리에서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재판관은 뒷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막무가내 변론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가 대통령 하명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탄핵심판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김 변호사가 최근 박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에게서 하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대리인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변론기일에서 이 인사의 말을 실제로 뒷받침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이 재판관을 지칭하면서 “이정미라는 특정 재판관이”라고 하는가 하면, 강 재판관에 대해서는 “법관이 아니다”, “미국서도 공부했으니까 그 정도의 기본적인 법률지식은 갖고 있을 거라 본다”고 조롱하며 도발했다.
재판부를 향한 모욕주기와 공격은 자칫 탄핵심판 결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김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를 자극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과가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태극기집회 세력 등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호소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탄핵반대 집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최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상대방은 박 대통령이다. 법원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헌법질서 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중대성 판단기준으로 뇌물수수·부정부패·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김 변호사의 거침 없는 행동은 당일 심판정에서 또 목격됐다. 오후 재판부가 휴정을 선고한 가운데 김 변호사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대표 대리인 가운데 한 명인 이중환 변호사에게 “이중환씨, 똑바로 하세요”라고 질책했다. 옆에 있던 조원룡 변호사가 김 변호사를 말리는 모습도 나왔다. 김 변호사가 대통령 대리인단 내에서 통제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기자단과 질의응답에서 “변호사들은 각자 대리 권한을 갖고 있어 자기 의사대로 법리적 판단으로 소송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참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