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바이오(bio)'가 뜨겁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바이오 시장'을 두고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갈등중이다. 제약협회가 '회원사를 대변한다'며 협회 명칭에 '바이오'를 추가하기로 결정하자 한국바이오협회가 '고유 산업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바이오협회는 이같은 주장을 담아 지난 22일 명칭 사용 반대 성명서를 공식 발표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제약협회의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제약협회는 20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이중 국내 제약산업을 선두하고 있는 한미약품(128940), 녹십자(006280), 유한양행(000100) 등 50여개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협회 역시 바이오의약품 분과를 운영하며 바이오 산업 양성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약협회는 작년 8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협회명을 바꾼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총회 의결을 거쳐 유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관 개정 승인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제약협회의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바이오협회의 산업 영역을 침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회원사의 바이오 활동을 대변하고자 하는 데서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관 부서 중 하나인 복지부는 바이오협회에 의견 조회를 요청하며 심의를 보류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98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바이오산업 대표 단체다. 바이오의약품뿐만 아니라 바이오식품, 바이오의료기, 바이오사료 등 다양한 바이오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회원사가 230여개에 이른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미 바이오산업의 공식 협회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으며, 고유적인 협회 명칭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협회가 명칭이 아닌 기능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식약처 엇갈린 판단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권 다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등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상위 제약사 상당수가 바이오협회에도 중복 가입돼 있다"며 "결국 정부 지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한 두 협회의 이권싸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모 약학대학 교수는 "업체에게는 양 단체에 가입해야 하고, 업무가 분산돼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양 단체가 서로 다르다고 하지만 국가 보건산업을 보면 큰 기조 안에 포함된다. 정책과 프로그램도 서로 비슷하다. 차라리 양 단체를 통합시키는 것도 방안이라고 본다"고 덧붙엿다.
한국제약협회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자 한국바이오협회가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명칭 변경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양 단체의 분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제약협회 강당에서 열린 제72회 정기총회에서 이경호 회장이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제약협회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