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유한양행(000100)이 지난해 업계 매출 순위 1위에 다시 올랐다. 한미약품에 타이틀을 뺏긴 지 1년만의 탈환이다. 더불어 120여년에 달하는 제약업력에서 최초로 3년 연속 1조원 돌파라는 기록도 덤으로 얻었다.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장기독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외부 도입약 비중이 높아 판권회수 시 매출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미래 먹거리가 될 신약 파이프라인이 약하다는 점이 유한양행이 풀어야 할 과제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3208억원으로 전년(1조1287억원)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전년(858억원)비 13.9%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의약품(8368억원), 일반의약품(1069억원) 매출이 전년비 각 15% 성장했다. 살충제 등 생활건강사업(1022억원) 부문이 전년비 14.6% 성장했다. 원료의약품 수출이 크게 늘면서 해외사업(2526억원)은 부문도 전년비 31.6%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2014년(1조174억원)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5년(1조1287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녹십자(1조478억원)도 최초로 1조원 클럽에 올랐다. 제약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한단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제약사 매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약업계가 매출 1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과거 국내 제약업계는 영세성과 하향 편중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생산액 기준 약 20조원 규모다.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900여개사에 달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절반가량을 상위 20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제약사는 30여개사에 그친다.
제약산업은 장기간 대규모 비용이 투자된다. 1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약 300억~500억원이 R&D로 사용된다. 개발을 포기한 신약후보물질까지 감안하면 신약 R&D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또한 전세계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임상을 시행하려면 5000억원 이상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제약사가 신약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허가신청까지 신약 개발의 전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를 선도하는 유한양행이 풀어야 과제도 있다. 자체 개발 신약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상품(도입약) 매출액 비중은 70%에 달한다.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 매출액 비중은 평균 40% 정도다.
유한양행이 팔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은 길리어드사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처방액 1540억원)', 베링거인겔하임사의 당뇨치료제 '트라젠타(복합제 포함 1130억원)'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97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신약을 도입하면 단숨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순 유통에 불과해 수익률은 낮다는 게 한계다. 판권 회수 시에는 수천억원의 매출이 한번에 증발할 수도 있다.
R&D 투자 비용도 상위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R&D 비용은 850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6.5% 정도다.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10% 이상이다.
유한양행은 부족한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오프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보안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 5년 간 바이오업체 등에 투자한 금액은 약 1200억원에 달한다. 공동 개발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주도적으로 R&D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유한양행의 자체 개발 신약 후보 라인은 기능성소화불량 치료제, 항암제, 비알콜성지방간 치료제 등이 있다. 전임상이거나 임상 2상 단계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앞으로 업계 1위 장기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초로 1조원을 달성했고, 업계를 선도하는 제약사로서 내수 영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