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조달자금 중 최대 30%까지 부동산에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빅5 증권사들이 일제히 반색했다. 초대형 IB 도약을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불리고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던 대형증권사들은 시종일관 당국에 현행 '부동산투자 10% 룰' 완화를 요구해온 만큼 앞으로 이를 적극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26일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직후부터 업계의 부동산투자 한도 확대 요구가 있었고 의견수렴 기간인 만큼 30%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폈다"며 "이르면 내달 중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줄기차게 부동산투자 적정 한도를 전달하던 IB업계는 금융당국이 초대형 IB의 진정한 취지를 인식해주는 전환 단계라며 고무적인 분위기를 감추지 않았다. 부동산투자 한도가 10%에서 30%로 확대되면 업무영역 다각화로 업계의 수익성 확보와 더불어 기업금융조달 기회가 보다 확대돼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한 대형증권사 IB부문장은 "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뒷심을 보태 반갑다. 그동안 초대형 IB로 나선다해도 부동산투자 10% 이내 제한은 실질적으로 기업 발행어음 대상자산과 묶여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기에 운용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수익개선에 있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효성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확대 방안이 확정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해본 후에야 제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증권사 IB 담당임원은 "부동산투자 30%가 되면 부동산과 기타 기업어음, 채권 등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무리가 없고 처음 구상했던 초대형 IB 도입 취지와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며 "당국이 초대형 IB 활성화 의지에 진정성을 갖고 명확한 완화 결정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개정안에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최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업금융의 투자대상이 신규발행 주식과 회사채, A등급 이하 유통 회사채, 경영 사모형 펀드, 코넥스시장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등으로 제한돼 있어 투자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부동산투자 한도가 자금조달의 10%로 묶인 점에 대해서도 업계는 현실적이지 못한 규제라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사실상 몸집만 키웠지 자본 효율성은 더 떨어져 초대형 IB 출현 효과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