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책임질 약학전문가 키워냅니다"

(인터뷰)박영준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제약사에서 25년 신약개발…연구 열정에 학계로
"학계·산업계 간극 좁혀야"…"제약업계 약사 역할 확대"

입력 : 2017-03-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업은 최소한 10년 투자해야 빛을 본다는 얘기가 있다. 기술집약적이고 첨단산업이기 때문이다. 1개의 신약 또는 1명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그만큼 공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제약산업은 국가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약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제약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기본은 우수한 인재 양성이다.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교 교수는 제약업계 드물게 산업계과 학계 둘다 몸담은 인물이다. 산업 일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산업과 국민보건을 책임질 약학 전문가를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교 교수(53)는 늦깎이 초보교수로 대학 강단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직업과 직장 따라 박 교수가 판 명함도 수개다. 약국 약사로 근무하다 1991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제약업계에 첫발을 뗐다. 2007년 삼일제약 연구소장, 2010년 CJ제일제당 제약사업 부문(현 CJ헬스케어) 연구소장을 지냈다. 보건복지부 제약산업 5개년 계획 기획위원 등 2010년부터는 수많은 국가기관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25년 넘게 제약사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한 그는 2014년 돌연 학계로 옮겨갔다.
 
"제약사에 있으면 회사 정책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서 대학으로 가게 됐다. 미래 지향적이고 자유로운 연구를 하고 싶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흥미가 있었다."
 
제약회사의 연구 과제는 이윤 추구에 중점을 두게 마련이다. 이와 달리 학계는 자유로운 연구 풍토를 보인다. 산업계에서 오랜 경험이 학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제약업계는 산학연 협력이 활발하다. 제한된 자원과 분산된 역량을 결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산학연의 협력은 한계도 있다는 게 현실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방향성이 산업계와 학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계는 신물질과 기술 혁신에 가치를 두는 반면 산업계는 경제성과 상용 가능성에 중점을 준다. 산학연 통합적인 연구가 사업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학계에선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데 주안점을 둔다. 때론 이런 발견이 인류에 큰 공헌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산업계가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다. 산업계에선 새로운 발견에 대해 독성(안전성), 개연성, 규질성, 서류화 등 상업적 가치가 있는가를 본다. 산업계와 학계 간극을 정부 R&D가 주도적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
 
산업계는 학계의 연구를 두고 상업적 가능성 앞에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학계와 산업계가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진정한 R&D는 보건 향상, 산업 발전, 고용창출 효과 등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산학연의 인력 순환이 필요하다. 학계는 산업의 시장 감각, 산업계는 학계의 혁신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학계는 자기만의 연구를 할 게 아니라 산업계의 요구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업계도 문제가 있다. 산업계는 성공률이 높은 연구만 가져오려고 하지만, 비용 투자는 적게 하려고 한다. 학계에서 전부 다해달라는 식이다. 좀더 과감하게 투자해 학계와 공동연구를 하고 산업체 스스로 역량을 키워 또다른 전문가 그룹과 손을 잡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잘 하는 제약사가 성공할 것이다."
 
국내 화두로 떠오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쓴소리를 전했다. 개방형 혁신으로 불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이란 외부 파트너와 기술 또는 지식을 공유하는 전략을 말한다. R&D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바이오벤처, 경쟁 제약사, 대학교, 연구소 등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해 같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취지다.
 
"단순 R&D 비용 투자만 하고 바라만 보는 식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말만 오픈이노베이션이고 신약을 사오거나 파는 경우다. 비용을 투자했으니 성공 여부를 감독하는 수직적인 구조로 퇴색될 때도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생생발전을 하려면 R&D 소스를 서로 투자해 수평적 구조로 공동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도 박 교수의 주요 업무다.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대학을 선택했지만 교편을 잡는 일에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제자들에게 학문 정말 잘 선택했다고 곧잘 말하곤 한다. 약학 전공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어느 때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어려운 시대지만 학생들에게 도전과 열정을 가지도록 주문한다.
 
"약학은 단순히 약리 기전을 배우는 것이 아닌 사람을 다루는 종합·응용 학문이다. 어느 시대나 국가 미래성장동력으로 빠지지 않는 게 약학과 밀접한 생명공학과 보건산업이다.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학문은 항상 미래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상당히 비전이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돈에만 매몰되거나 편한 일만 찾아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 시대 사회적인 여건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학생들이 좀더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약학 전공자가 나아갈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산업약사, 연구약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식품 산업에서도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정책 연구원, 보건소, 병원, 봉사단체, 등 약학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약학 전공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이런 인프라가 갖춰질수록 우리나라 보건과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는 70~80대가 돼서도 현역 연구자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산업체에 오래 근무를 해서 회사 조직문화에 익숙하다. 학교는 아직 적응기라고 할 수 있다. 산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학교에서 은퇴를 하고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싶다. 학문적 연구 결과를 국민이 혜택을 받거나 산업계와 연결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꿈이다."
 
박영준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제약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선 산학연이 잘 협력하고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약사 전략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영준 교수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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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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