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람들' 헤쳐모여…민주당 경선 세대결 본격화

하승창은 문재인, 기동민은 안희정측 합류 …"세 불리기 싸움으로 보지 말기를"

입력 : 2017-03-05 오후 4:37:35
[뉴스토마토 최한영·박용준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국면이 무르익는 가운데 당내 세력 간 이합집산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최근 사표를 제출한 하승창 정무부시장 등 정무라인이 문재인 전 대표캠프에 합류하기로 했고 곧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오랜 시민사회 운동 동지로 복심으로도 불리는 하 부시장은 6일 이임식이 예정된 상태다.
 
이같은 움직임은 문 전 대표의 끝없는 ‘박원순 마음사기’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26일 박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박 시장은 지금까지도 동지였고, 앞으로도 동지”라며 “박 시장의 결단이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로도 문 전 대표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서대문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현장 방문 등 틈 날 때마다 수시로 박 시장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공식적인 발언과 별도로 문 전 대표가 박 시장을 영입하려고 공을 많이 들여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시장 측 인사들의 문 전 대표 캠프 합류는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에서 반독재운동을 함께해온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안정적인 서울시정 운영, ‘촛불민심’ 정국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해온 박 시장의 모습은 불출마 선언 전 낮은 지지율에 상관없이 당 지지층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반면 또다른 박 시장 측근으로 꼽히는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기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깊이 고민한 결과다. 안 후보가 외로워보였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지역과 세대, 성별, 종교를 뛰어넘는 대통령 안희정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 의원의 안 지사 지지 결정은 박 시장의 의중이 실린 것이 아닌 개인적인 결정 측면이 커 보인다. 기 의원도 “박 시장에게는 20일 전 언급만 하고 다른 루트로 합류 결정을 알렸다. 박 시장과 엇갈린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 의원은 안 지사 캠프에서 비서실을 담당하게 된다.
 
기 의원과 함께 어기구(노조정책·조직)·이철희(전략) 의원도 안 지사 지지선언을 함에 따라 각 캠프의 본격적인 세 불리기 싸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 지사 측은 세 의원 외에 강훈식·홍의락 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한 멘토단을 꾸릴 계획이며 멘토단장으로는 박영선 의원을 내정하고 영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안 지사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전 의원은 “안 후보가 직접 단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며 “다음 주 중 본인이 입장을 발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측에서는 이같은 의원영입 움직임이 이른바 ‘비문(문재인)연대’로 비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안 후보 멘토단은 누구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안희정이 좋아서 선택한 것 뿐”이라며 “비문연대라기 보다는 ‘친안(희정)연대’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 불리기’ 주장에 대해서는 “세 불리기를 할 것 같으면 캠프에 오겠다는 인사들에게 자리·직함을 다 주는 것이 맞지 않겠냐”며 “실무역할을 하는 의원 3명을 파견받아 합류시킨 것은 세불리기·편가르기 정치를 안하겠다는 의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양 진영의 경쟁구도가 당 내 경선흥행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의 대선 불출마로 후보 수가 줄어든 가운데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선의’ 발언 이후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를 놓고 문 전 대표 캠프 핵심관계자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 내 대선후보 경선이 문 전 대표의 압승으로 끝날 경우 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에서 제기하는 ‘민주당은 문재인당’이라는 비판에 명분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국면에선 안 지사 캠프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 경선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6일 오전 <오마이TV>가 주최하는 두번째 경선토론회에 참석해 당내 선거인단들을 상대로 지지 호소에 나선다.
 
민주당 어기구·이철희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기동민 의원(왼쪽부터)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박용준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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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