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화장품업계의 실적이 급락하는 등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면세점 매출 비중의 70%가량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이 막히면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주요 화장품업체다. 국내 화장품업체는 면세점을 통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수출과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주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2014년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 성장률은 102%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면세점 싹쓸이 쇼핑 덕분이었다. 이후 브랜드별 경쟁 심화, 면세점 구매제한 정책 시행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 추세가 유지되면서 면세채널 매출의 전반적인 성장률은 높은 수준을 이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채널 성장률은 2015년 52%, 지난해 40%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도 전년보다 62%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국인 입국자수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3분기 76%를 기록했던 아모레퍼시픽의 면세 매출 성장률은 4분기 10분의1 수준인 7%로 급감했다.
면세 매출 감소의 불똥은 수익성에도 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30% 줄어들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등이 포함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0%, LG생활건강은 8%의 영업이익 타격이 예상됐다.
고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현지 상황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그간 화장품 기업들은 사드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 현지에 판매·유통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사드를 불씨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질 경우 K뷰티를 포함한 한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항저우 소재 백화점에서 열린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메이크업 시연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항의하는 등 반한감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인들은 행사장에서 "한국인, 한국 기업은 떠나라"고 고함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제한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제재, 반한 감정 확산, 수입 제재 등이 가해질 수 있다"며 "보복이 중국 본토 내에서 이뤄진다면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