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선 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메시지에 날이 서기 시작했고, 본인의 ‘스피커’ 역할을 해줄 현역 의원들을 ‘멘토단’의 이름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당 경선인단이 155만명을 돌파하면서 경선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8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상유지적 발상을 하는 것 같다”며 “그간 실패한 대통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 대안이 없고, 헌법에 기초해 차기 정부를 새롭게 운영할 비전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7일 한국경제 조찬 세미나에서는 “문 후보가 페이스메이커다. 9회 말 역전홈런은 내가 칠 것”이라고 자신했고, 이날 오후 충청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지율 1등이지만 매직넘버를 돌파한 것도 아니고, 당 지지율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며 문 전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대세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날 당내 대표적 비문계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이 ‘의원 멘토단장’으로 합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 의원은 “멘토단은 10명이 좀 넘는 수준으로 (일부는) 조만간 커밍아웃할 것”이라며 추가 합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간 안 지사가 의원들의 캠프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왔던 것과는 분명 다른 기류다.
공약도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그간 안 지사의 공약은 막연한 총론위주로 각론과 자세한 수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7일 지방 국공립대 학비 면제 공약을 제시했고, 8일에는 공공부문에 여성 임원 비중을 30%로 늘리는 ‘양성평등 3대 프로젝트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이러한 안 지사의 전략 변화는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된 것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당 선거인단은 8일 오후 2시 기준 155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목표인 200만명을 넘어 250만명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경선 규모가 특정 후보의 조직력이 좌우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안 지사의 전략도 당심에서 민심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6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안희정(왼쪽) 충남지사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