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역습)중국진출 사업가들 "가혹한 보복에 사업 다 접을 판"

세무·공안조사 잇따라…우리 정부 외면 속 피해사례 속출
거래선 옥죄고 탈세 꼬투리 처벌로 압박…사업 철수까지 고려

입력 : 2017-03-09 오후 6:13:55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우리나라 언론을 들여다보면 롯데가 문 닫는 얘기뿐인데 중국 현지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그 보다 훨씬 가혹하다."
 
중국 심천에서 15년째 무역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김성한(가명)씨의 푸념이다.
 
실제 중국 내 기반을 잡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된 이후 국내 주요 언론은 롯데그룹과 산업별 대기업 피해사례만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더 절박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무역업으로 매출 100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김 대표는 최근 사업 철수까지 고려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드 부지가 결정된 작년 11월부터 중국의 보복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그 이후 수 차례나 사업장에 불시에 들이닥쳐 회계계산서를 제출하라는 등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세무조사를 빌미로 한국 중소기업은 물론 가내공업 수준의 작은 업체까지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현지 중소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이들의 거래선까지 옥죄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만 통제하려는 것이라 여겼지만 언젠가부터 거래선들로부터 민원이 빗발쳤다"며 "우리와 거래하던 현지 협력업체들까지 세무조사로 압박해 사실상 사업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 있는 한국 중소기업들에 따르면 중국이 관행처럼 여겨져오던 일상적인 거래까지 탈세 혐의로 꼬투리를 잡는 방식으로 보복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연매출 100억 수준의 회사가 탈세 혐의를 받아 수억원의 벌금을 맞으면 타격이 엄청나다"며 "중국에 있는 주변의 한국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처럼 세무조사의 타깃이 된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중 당국간 협의에 의해 예정됐던 중국 정부의 투자도 모두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회사는 중국 심천에 조성될 예정이던 한·중 공동산업단지 운영권을 획득해 지난해 상반기 내내 이를 준비했고, 이미 3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가 이뤄져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몇달 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설명회를 벌이는 등 성공적 사업운영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투자 중단과 함께 모든 게 올스톱됐다.
 
김 대표는 "이런 식으로 계속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이곳 사업장을 철수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십 수년을 사업했는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기반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고 전했다.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중국에 맞서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김 대표는 "우리들도 최근 중국과 우리나라 언론 모니터를 다 하는데 실정은 그렇지 않은데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들도 쏟아지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뉴스를 보면 전문가들이 나와 우리 입장에 치우쳐 편파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많은데 현지에서 사업하는 입장으로 볼때 국익 측면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고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북경 인근에 사업장을 두고 식자재 사업을 하는 이성훈(가명)대표는 "당장 소비자와 접접을 가지는 소비재가 아닌 중간 도매 제품을 납품하다 보니 아직은 큰 피해는 없지만 중국 공안쪽에서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며 "며칠전에도 들이닥쳐서 회사에 있는 한국 직원들의 신분증을 다 복사해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중국 당국이 사드 논란 이후 한국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관리해 꼬투리를 잡아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없던 조치들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 또 어떤 추가적인 압박이 들어올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중국의 보복조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125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들에겐 전혀 도움도 되질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000억원이 약간 넘는 금액 자체가 넌센스고 그마저도 한국에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만 해당될 뿐 중국 현지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아무런 지원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사업철수를 고려하는 현지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변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대표는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부분 사드 배치가 재검토되길 바라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 중국과의 수출 물량도 어마어마한데 사드 배치가 강행될 경우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며 "안보도 국익을 전제로 한 것인데 진정 국익을 생각한다면 다음 정권이 이 문제를 재검토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들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 등이 사드 배치 보복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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