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전원재판부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직위와 권한을 모두 상실했다.
재판부는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 및 직업 선택의 자유 위반 ▲생명권 보장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다섯가지 사유 중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2개 사유만을 탄핵사유로 봤다. 모두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된 사유로, 헌재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은 인정한 것이다.
국가비밀 누설 인정
재판부는 최씨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고 되는 서류 대부분을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국정개입 또는 국가비밀누설에 대한 판단으로 검찰 기소내용과 시각이 같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은 최씨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최씨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고 인정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KD코퍼레이션,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K와 관련된 검찰 수사 결과를 모두 긍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행위는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설립 강요는 기업경영자유 침해
또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씨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씨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 모두가 헌법과 법률에 심각히 위반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한다”며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씨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함으로써,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의민주제·법치주의 정신 훼손
특히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며 “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고, 이런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착수와 탄핵소추 이후 보인 박 대통령의 행보에서도 매섭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면서도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하고 청와대 압수수색에도 협조 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 안돼"
이어 재판부는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며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부는 문화체육부 국장 등 직원 등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에 대한 권한남용 부분은 이들이 사직한 사실은 인정되나 해당 인사가 최씨의 사익을 위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국가문란행위’라며 비난한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에 개입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 역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국회 탄핵소추인단의 주장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바라본 청와대 앞쪽 전광판에 탄핵 결과가 생중계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심판정에서 국회가 청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최종 선고에서 만장일치로 탄핵안을 인용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