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재정확장 정책 양날의 칼, 불필요한 예산 조정부터"

경제성장률 2%대로 후퇴,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요구 목소리 높아
증세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국가채무 늘어날 위험성

입력 : 2017-03-15 오전 6:00:00
우리 경제에 저성장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정부 재정확장을 통한 불황극복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재정확장은 국가 재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과연 현 시점에서 재정확장 정책은 바람직한 것인가.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올해 경제 전망을 예측한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초·중반 대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3% 성장이 무너진 것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으면 으레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소리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써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당한 소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독일 정도만 빼고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했다. 지금의 위기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버금가기 때문에 당연히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써야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를 이루는 세 축 중 가계와 기업들은 1344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소비부진 및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킬 여력이 없다.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 그나마 여유가 있는 정부가 주도하는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할 경우 증세가 없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증세를 논의할 가능성은 없기에 국가채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확장적인 재정정책 국면에서 재정이 갖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경기부양도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한적이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가능한 대안은 기초재정수지 관점에서가 아니라 경기 변동성을 제어한 구조적 재정수지 관점에서 재정수지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정수지 목표치를 이미 구조적 재정수지 관점에서 정하고 있다.
 
구조적 재정수지 관점에서 재정수지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황기 때도 정부가 어느 정도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비추어볼 때 기초재정수지가 사용될 경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불황기 때 비교적 정치적 합의가 쉬운 연구개발(R&D)지출과 같은 잠재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부문의 지출이 먼저 삭감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기획재정부에서 입법 예고한 ‘재정건전법’에는 기초재정수지 관점에서만 목표치를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는 지출 조정이다. 이제는 단순히 정부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지출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남는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지출 조정은 현재 정부가 시행하거나 관장하고 있는 사업들 중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 언뜻 보아도 “왜 이런 일을 정부가 할까. 왜 이렇게 하나”라고 생각되는 사업들이 많다. 예컨대 교육부를 보자. 선진국의 경우 연구비는 개인 교수의 역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BK21같이 개인 역량에 관계없이 학교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 전반의 연구 수준을 얼마나 높였는지 의문이다.
 
비단 BK21사업뿐만 아니다. 다양성이 중요한 현 시대에 대학지원의 대부분은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정책에 순응해야 지원금을 받도록 돼 있다. 이런 지원구조 하에서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교육은 교육부에서 아니라 일선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차제에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어렵겠지만 주요 예산만이라도 정부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 방법은 타당한 지 한번 따져 보았으면 한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불필요한 예산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증세나 국가채무 증가 없이도 경기부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유 부총리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경제여건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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