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입시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너무도 유명 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마저 한국의 교 육열을 예찬했다. 그러나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 우리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교육 열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에 가려진 그늘이다. 그 중 일부 학생들은 심지어 소아우울증 같은 마음 의 병을 얻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이 있어도 당장 은 개선이 어렵다. 수십년간 고착돼 왔기 때문이 다. 학생에 맞게, 부모에게 맞게 스트레스를 줄이 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차라리 실질적 대응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처방에도 한계가 있 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혁 하지 않는 한 미봉책일 뿐이다. 해법을 찾아 적용 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까지 학무모와 우리 아이들이 버틸 방법이 절실하다. 학습클리닉과 수험 스트레스를 전문으로 연구해 온 정찬호 마음누리 학습크리닉 원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정찬호 의학박사, 마음누리 학습클리닉 원장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나.
공부를 잘 못했다. 부모님과 누나 모두 서울대를 나왔다. 당시에는 학원이나 과외가 없어서 친구들 도움도 받으면서 운이 좋게 중대의대에 입학했다. 어릴 때는 주변에 공부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항상 지진아로 취급받았다. 집안에 어떻게 저런 애가 태어났냐고 하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린시절 상처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
학습클리닉에 관심을 둔 계기는.
늦게나마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정신과를 전공하면서 공부에도 다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하면 됐을 걸 왜 그렇게 했을까’ 후회하면서 내가 공부를 못한 이유도 뒤늦게 알았다. 암기력을 높이는 마인드맵도 사실 알고 보면 정신과에서 나온 이론이다. 암기만 하더라도 우리는 암기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외우라고만 한다. 요령이라기보 다는 다 방법이 있다. 아이들을 너무 무지막지하게 교육을 시 키는 거 같고, 이건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하다 지금의 학습클리 닉을 시작하게 됐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기본 요건은.
자녀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남의 집 애들이랑 비교하 는 거다. ‘남의 집 애는 어떻다던데’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난리 가 난다. 어떤 학부모님들은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마냐’라고 말하면 서 애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모두 부모의 관심과 사랑의 표현 이지만 잘못 전달되는 경우다. 그러지 말고 아이가 왜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 이 중요하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만약에 컵에 물을 따르는 데, 아무리 따라도 채워지지 않고, 어딘가로 물이 자꾸 빠져나 간다면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컵 어딘가에 구멍이 난 건 아닌 지. 구멍이 났다면 구멍 크기는 얼마만 한 지. 나는 그걸 찾아내 고 땜질하는 일종의 ‘땜장이’같은 존재다.
학습부진의 주원인은 ADHD인가.
아무래도 아이의 집중력이 정상인지 아닌지 여부가 궁금해서 많이들 오신다. 초등학교 때 소아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은 보면 실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처럼 보인다. 중학교 때는 그런 청소년우울증이 반항행동장애로 나타나 비행청소년처럼 보이고, 어른들은 단순한 우울증으로 보이고, 노인은 치매처럼 보인다. 근데 학부모들은 ADHD와 소아우울증을 혼동해서 혹시 ADHD가 아닐까 의심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근데 막상 검사해보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ADHD라고 생각하고 오시면 10명 중 7명은 아닌 경우다.
청소년기는 왜 산만한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좌우뇌 편차가 벌어지고, 소아우울증 을 겪는 건 사실 외부 환경 요인과 연관이 높다. 부모 자식 간 관계나 부모 간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 돌림을 당한다던지 하면서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열심히 하는데도 안 될 때는 무슨 이유가 있다. 공부 를 안 하는 아이라면 안 하는데도 이유가 있다. 동기부여가 안 되거나 왜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우 리나라는 워낙에 주입식 교육이다 보니 부모들도 정작 아이들 에 대해 잘 모른다. 학원 선생님들이 아이에 대해 얘기해주면 그게 자기 아이라고 예단한다. 학습클리닉을 받을 정도면 문제가 심각한가. 아니다. 심리분야부터 지적, 환경, 공부기술 등 모든 분야를 검사해서 별 문제가 없는 경우는 몇 가지 조언만 하고 돌려보 낸다. 만약 치료가 필요하면 1대 1로 한 번에 50분 정도 상담을 진행한다. 같은 ADHD를 겪는 아이라도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상담한다.
학습클리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학생에게는 일종의 잡념을 없애는 방법인데,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 같이 집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 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면 점진 적 근이완법 같이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권한다. 학부모에게는 사소한 부분까지 조언해드린다. 예를 들 어 산만한 아이 같으면 책상이나 침대 위치부터 책장 배열까 지 그 학생에 맞는 해법이 있다.
독자 개발한 ‘헥사학습법’이란 뭔가.
공부에 있어 그 뻔한 얘기를 소개한 거다. 효과적인 학습법 은 어떤 특별함에서 오는 게 아니고 그 뻔한 진리를 공부의 왕 도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공부를 자동차에 비유한다 면, 대한민국은 국영수라는 자동차 바퀴에 집중한다. 어떻게든 바퀴(교과목)를 빨리 움직여서 결승지점을 가장 먼저 통과하 려고 한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고대, 의대 가는 것도 다 여기 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달리는 데는 엔진(두뇌)도 있어야하고, 핸들링(공부기술), 안락한 소파(심리적안정)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바퀴 에만 신경을 쓰면 잘 달릴 수 없다.
이런 말 하면 어떤 부모님들은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지 무 슨 스트레스가 중요하고, 심리적 안정이냐고 배부른 소리 한다 고도 하신다. 그러면서 아이들 공부하는데 좋다고 하면 뇌 영 양제까지도 사다 먹인다. 하지만 결국에는 바퀴(교과목)에만 모든 걸 쏟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머지 부분에는 별다른 관심 이 없다.
자녀 학습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조언해달라.
최소한 아이의 학습법이나 집중력에 문제가 없는지 정도는 확인해줘야 한다. 신체검사를 통한 아이들 건강상태는 확인하 지만 상대적으로 이쪽에는 관심이 적다. 성적이 떨어지면 아이 들을 탓하고,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정확한 검사와 면담을 통한 진단 없이, 임의적으로 판단하면 아이에게 위험하 다. ADHD만 하더라도 ADHD 하나만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33%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다양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존 재한다. 아이가 불안해한다거나 반항적이라면 각각의 이유가 있다. 이유를 찾고,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 줘야 한다.
정찬호 원장이 서강대학교에서 효과적인 학습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마음누리 학습클리닉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