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을 고민하며

입력 : 2017-03-20 오전 6:00:00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령인구(學齡人口)의 감소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하는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란 초·중·고·대학에 입학하는 나이인 6세에서 21세까지의 인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현황」에 따르면, 2010년 1011만 9천 명이었던 학령인구가 2016년에는 876만 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같은 기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고교생 수는 213만 6천명에서 182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35년에는 118만 명으로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보고서가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학령인구 절벽현상’이다.
 
2001년 합계 출산율이 1.297명으로 초저출산국가가 된 이후, 2012년(1.30명)을 제외하고는 줄곧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대학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물론 이는 비단 대학의 생존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존립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커다란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개년에 걸쳐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입학정원을 16만 명 줄이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1주기(2014년-2016년) 4만 명, 2주기(2017년-2019년) 5만 명, 3주기(2020년-2022년) 7만 명을 각각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를 실천 중이다. 대학과 교육부가 모두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하지만 단순히 입학 정원을 줄이는 것만이 해답이 아닌 만큼 무엇보다 개혁법안의 방향에 주목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양적 조절과 함께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도 동시에 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산은 교육역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성공적인 결과에 안착하기 위해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개혁과정에서 각 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분야를 존중하는 방식이 우선시되었으면 한다. 강점분야에 따른 기능별 분화를 촉진하면 향후 대학의 품격 높은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재정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지방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둘째, 대학 간 공동 이용시설에 대한 공유를 제도화하여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재정절약을 할 수 있다는 가치 때문에 두 마리 토끼 사냥이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교육 프로그램 공유와 인적 자원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부산지역 4곳(부경대, 경성대, 동명대, 부산예술대학)에서 실시할 실험 결과가 주목된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조합이기도 하지만,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조합이라는 매력 있는 아이디어다. 상생의 프로그램으로 환영받으리라 예상된다.
 
셋째, 향후 평생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세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빨라지는 직장인의 은퇴시기로 제2의 삶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뜻이다. 지난 1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인문학 · 인문정신문화진흥기본계획’에 인문한국(HK) 연구소 중 일부를 지역인문학센터로 지정해 인문학 강좌를 실시한다는 내용도 고령화로 야기되는 사회적 과제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에서 퇴직이 또 다른 공부의 시작이라는 인식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부실대학의 퇴출기준 및 정원감축을 포함한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명한 해결책을 기대한다. 더불어, 정권이 바뀌어도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이 일관성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소명의식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잦은 변화와 수정은 대학과 사회에 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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