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오는 27일 호남지역 순회경선 투표를 앞두고 호남 공략에 ‘올인’하고 있다. ‘야권의 심장’ 호남 경선의 결과가 전체 순회 경선의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호남이 이번 경선 최대 승부처라는 데에는 각 캠프가 이견이 없다. 호남의 지지는 단순 지역민의 지지를 넘어 민주당과 전체 야권 지지층의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2년 이인제·이회창 대세론을 차례로 무너뜨린 ‘노풍’(노무현 돌풍)의 진원지 역시 호남이다. 순회경선의 첫번째 경선지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승산이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호남 경선에서 압승할 경우 ‘대세론’이 순풍을 타 초반에 승부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의미 있는 반격에 성공한다면 두 후보는 ‘노풍’의 재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안 지사의 경우 두 번째 경선지이자 텃밭인 충청 경선에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호남 지역 여론조사 추이는 문 전 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3월 3주차 주간집계 발표(14∼16일 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47%로 과반에 육박했고, 안 지사 11%, 이 시장 9%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기관이 한 달 전 발표한 2월3주차 발표(14~16일 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율만 보면 문 전 대표32%, 안 지사 21%, 이 시장 8%으로 집계됐었다. 즉 한 달 사이 문 전 대표는 15%포인트 상승했고, 안 지사는 10%포인트 하락, 이 시장도 1%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단위 지지율은 문재인(33%→33%), 안희정(22%→18%), 이재명(5%→8%)이다. 호남 민심의 문 전 대표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다.
한 지역인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 전 대표에게 워낙 회초리를 세게 때려 이번에는 좀 안아주자는 바닥민심이 있는 것 같다”며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탄핵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문 전 대표 지지세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이러한 추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각오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 1박2일간 진도 팽목항과 광주를 찾은 문 전 대표는 20일 광주를 재차 방문해 5·18 민주광장에서 지역발전공약을 발표한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감안한 자동차·에너지·문화 산업 발전 방향과 청년 일자리 정책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캠프 내 호남 연고가 있는 인사들도 이달 들어 거의 매일 호남을 찾아 저인망식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캠프의 주요 직책 절반가량이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7명 가운데 전윤철, 장영달, 김효석, 김상곤 위원장 등도 호남 출신이다.
반전을 노리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하루 앞선 19일부터 호남 공략에 나선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지역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이철희 의원 등도 함께했다. 이어 지역 청년창업자와의 간담회, 지역 청년들과 충장로를 함께 걷는 행사 등도 진행했으며 22~24일에도 광주와 전남·북 전역을 돌며 호남민심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이재명 시장은 아예 “광주에서 출·퇴근하겠다”며 이날 저녁부터 27일까지 ‘호남 올인’을 선언했다. 특별한 일정이 있을 때만 상경하고 그 외 시간은 호남 민심 공략에 쏟아 붓는다는 각오다. 이날 저녁 송정역 시장을 탐방하고 광주문화의전당 인근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등 지역민과의 접촉면을 늘린다.
지역에서는 '문 전 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표심의 변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간 호남 민심은 ‘빅3 후보’와 일종의 지지율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이 시장의 지지율을 띄웠고, 지난달 19일 ‘이명박·박근혜 선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안 지사에게 20%가 넘는 지지율을 몰아주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은 일종의 전략적 투표를 할 줄 안다”며 “투표소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까지 정국의 상황과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 등을 고려해 최종 지지 후보를 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경선은 오는 22일 전국 250곳에 마련된 투표소 투표로 막이 오른다. 25일 호남을 시작으로 ARS 투표도 실시된다. 첫 경선지인 호남(27일)에 이어 충청(29일), 영남(31일), 수도권(다음달 3일) 순서로 네 차례 순회 유세 후 투표소·ARS·현장 투표 합산 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벌여 다음달 8일 최종 후보가 확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왼쪽부터) 충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회'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