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 토론회를 시작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측 캠프들은 경선 토론이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한 주요 국면이라고 보고 막판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각 캠프는 ‘준비된 후보’(문 전 대표), ‘민주당의 역사를 함께해온 사람’(안 지사), ‘개혁의 선명성’(이 시장) 등의 기치를 내걸고 토론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문재인측 “풍부한 경험 발휘…후보 스스로 논리 갖춰”
문재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1일 “18대 대선이나 2015년 2·8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토론을 워낙 많이 해본 분”이라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후보 스스로 발휘하게끔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준비된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며, 문 전 대표의 머릿속에 각종 정책이나 토론내용에 대한 로직(논리구조)이 서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후보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맡긴다는 것이 기본 기조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색깔과 가장 잘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알릴 것’이라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재벌개혁 의지가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안 지사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이 시장은 우리보다 더 세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야말로 상법개정안 등 현재 민주당이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과 비슷한 입장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는 타 후보에 대한 불필요한 네거티브성 공격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문 전 대표는 타 후보들에 대해 수시로 “좋은 경쟁자”,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사람”이라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캠프 차원 실전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대변인단 인선에서 TV토론 본부장에 문화방송(MBC) 기자 출신 신경민 의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신 본부장 인선 전부터 캠프에서는 별도로 메시지·정책 등 분야별 인사가 모인 토론 팀을 구성, 문 전 대표에게 수시로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현장 방문 후 후보경선 토론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오늘은 3·1절 행사에 집중하자”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안희정측 “대한민국 이끌 철학 드러낼 것”
안희정 지사 측은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철학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공약이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방향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평소 안 지사가 보여온 기조를 유지하는 토론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가 ‘대연정’ 제안에 ‘박근혜 대통령 선의’ 발언을 거쳐 최근에는 진보적 행보를 보이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안 지사와 캠프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진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기조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가 30년 간 민주당원 자격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방침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했고 이후 고초를 겪은 점 등을 내세우면 당심은 물론 민심공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당내 활동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10년부터 7년 간 충남지사를 지내며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결과에서 수위를 달리는 등의 성과도 토론회를 통해 내비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행정능력도 갖춘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안 지사 측은 토론회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출신 윤태영 캠프 총괄본부장과 권오중 정무특보, 조승래 의원 등이 참여한 토론팀도 별도 운영 중이다.
이재명측 “개혁 선명성 강조…자유로운 토론돼야”
이재명 시장 측이 내세우고 있는 토론의 우선순위는 ‘선명성’이다. 이 시장 측 제윤경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개혁 목소리가 높은데, 방향이 선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된다”며 “선명한 개혁의지가 더욱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측은 ‘네거티브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개혁성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타 후보들과의 치열한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관계자들 입에서는 “불분명한 정책을 취하는 것이 중도로의 확장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표 캠프에 삼성 출신들이 합류하고 준조세 공약이 퇴보하는 등 개혁 의지가 퇴보하는 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성남시정을 이끌며 내놓은 성과도 토론회 과정에서 강조할 방침이다. 이 시장 취임 초기 ‘모라토리엄’을 선언할만큼 지자체 상황이 어려웠지만 관내 사업 구조조정과 예산 재검토 등을 거쳐 청년배당 등의 복지정책을 내놓을 정도의 능력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 측은 토론회 과정을 거치면 3월 중순 전후로 안 지사 지지율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진 의원은 “지지율은 한번 꺾이면 반등하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이 시장은 한때 5%대 까지 내려갔다가 10% 선을 회복하지 않았냐”며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줄기차게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을 이야기해온 점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 시장 측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아직까지 미미한 지지율로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는 최성 고양시장 측도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놨지만 지금까지는 알릴 기회조차 없었다”며 “확장성과 행정성과 면에서 충분한 본선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김대중 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실무작업에 참여하는 등 남북문제 안정 면에서도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