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 회사원 구(30·남)모 씨는 입 냄새 때문에 고민이다. 친한 직장 동료에게 입 냄새가 난다고 들은 이후부터 남들과 대화하면서 불쾌감을 주지 않을지 의식하게 됐다. 평상시에 이를 잘 닦고 나름 관리도 해왔기 때문에 본인의 입 냄새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구 씨는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구취증은 입 안의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휘발성 황화합물로 인해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구강내 원인으로 구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신질환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입 안에 입 냄새의 원인이 있다는 의미다. 잇몸질환(치주염), 충치나 오래된 보철물 하방의 치태, 설태(혀 표면이 하얗게 혹은 검게 변하거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증상) 등이 대개 구취의 원인으로 꼽힌다. 틀니나 치아 교정장치와 같은 치과 보형물에 치태와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면 부패해 구취를 야기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전신질환도 구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당뇨병, 신장질환과 같은 병이 있으면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당뇨병이 심하면 과일냄새 같은 아세톤향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이 있으면 숨 쉴 때마다 소변 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간경화증 환자에서는 피 냄새나 계란이 썩는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백혈병에서도 피 썩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비타민 부족, 철분이나 아연 등의 무기질 결핍증도 입을 마르게 해 입 냄새를 일으킬 수 있다. 후각 이상으로 입 냄새가 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식습관은 구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이어트로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금식을 하는 사람은 구취가 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분해되면서 냄새를 유발하는 케톤이라는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케톤이라는 물질이 호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면서 구취가 난다. 가벼운 식사나 과일 주스를 섭취하면 구취가 완화될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구취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위와 대장을 통해 소화된 대사물질은 피 속으로 흡수돼 숨 쉴 때 밖으로 배출된다. 양파와 마늘, 술, 향이 강한 음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해도 냄새가 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본인에게 구취가 나는지는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3분 동안 입을 다문 뒤 '후'하고 불면 자신의 입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있다. 구취의 원인 물질인 휘발성 황화합물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할리미터(Halimeter)', '가스 크로마토그라피(Gas Chromatography)' 검사기기를 이용해서 구취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타액 분비율 검사, 혈액 검사, 간이정신진단검사와 구강검사 및 치과방사선사진 검사를 시행해 구취의 원인을 진단 가능하다.
구취는 생활습관만 바로 잡아도 예방할 수 있다.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구취를 예방·치료할 수 있다. 칫솔질은 정확하게 구석구석 하도록 하고, 혀를 닦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도 제거한다. 그러나 잇몸질환이나 충치, 오래된 보철물로 인한 구취는 칫솔질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므로 전문적인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으로도 구취를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면 혀 표면의 설태가 어느 정도 제거되고 침 분비가 촉진된다. 육류 중심의 식사습관을 신선한 야채, 채소, 과일 등 저지방, 고섬유질 식사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구강건조증을 야기하는 약을 끊고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설탕 껌이나 박하사탕 등은 침 분비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구강세정제는 구취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가려주는 효과만 있어 궁극적인 치료방법은 되지 못한다. 오래 사용하면 치아나 입안 점막의 색이 변할 수 있고, 입맛도 변할 수 있다. 알코올성분이 함유된 구강세정제는 입안을 더 건조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있어 구강세정제만 사용하기보다는 치과를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강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정기적으로 구강 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강경리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교수는 "칫솔질도 잘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받았으며, 치과의사의 검진을 통해 입안에서 구취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며 "역류성식도염, 당뇨, 위장질환이나 신장질환, 간질환과 같은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구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편도선, 축농증, 비염과 같은 문제도 구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냄새는 80% 이상이 입 안 문제로 발생한다. 올바른 칫솔질만으로 대부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이비인후과나 내과에서 적절한 치료 받아야 한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