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당국이 당초보다 강화된 2금융권 건전성 관리 규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와 대선을 의식한 무리한 규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할부금융사 등은 충당금 규모를 늘려야 한다.
오는 4월부터 저축은행은 추가 충당금 적립률은 20%에서 50%로, 상호금융은 20%에서 30%로 높아진다. 카드사에도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 추가 충당금을 30% 적립해야 한다. 이들 금융회사는 충당금 부담 때문에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려 하거나 금리를 더 높여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2금융권 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이 2금융마저 거절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대출규제로 인해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취약차주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선제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대안은 없다.
KCB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마이너스통장, 카드 현금서비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신용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56만명에 이른다. 특히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 채무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4년 9월 10.39%에서 올해 9월 11.98%로 상승했다. 작년 카드론 이용금액만 해도 35조원이며 캐피탈사에서 이자를 20% 넘게 지급하면서 돈을 빌리는 고객 비중은 48.65%다.
정부는 연초에 서민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햇살론 등은 승인율이 높지 않고 한도도 턱없이 부족해 대출 문턱이 갑자기 막힌 대출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취약차주에 대한 대안 없이 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취약차주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취약차주에 대한 해결책 없는 대출 규제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대선을 의식한 현실성 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보고용'으로 숫자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저축은행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2분기 가계대출 규모를 작년보다 10% 이상 줄이라고 주문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 1월 적용 예정이었던 추가충당금 적립이 6개월 이상 앞당겨졌는데 이는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 "며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우리마저 대출을 줄이면 저신용자들이 갈 곳은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