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나란히 법정에 섰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복역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까지 5명이 나란히 법정에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검찰이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구도 틀에서 벌어진 총체적 경영비리를 확인, 롯데 총수일가가 모두 사익을 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범죄 혐의는 너무 무겁다. 신동빈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공짜급여를 주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그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며 471억원의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공짜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에 달하는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서미경 씨가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91억원의 공짜급여를 받았으며 신영자 이사장과 서미경 씨 등은 조세포탈과 롯데시네마 매저 불법 임대 공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는 일은 경제·사회·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총수일가가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동안 수많은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지만 보상받을 길이없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식회사의 본분은 뒤로한 채 총수일가의 사익을 편취한 것이다. 롯데의 주주들은 경쟁을 통해 정상적인 회사를 운영했을 시 가져올 이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재벌 일가의 공짜 급여를 통한 부의 세습, 조세 포탈을 통한 부당이익 챙기는 사회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역대 최악의 실업사태에 좌절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벌일가의 이 같은 범죄 행위는 상실감을 불러오고 있다.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재벌 일가에 대한 명명백백한 혐의 입증과 면죄부 없는 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흐트러진 사법정의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재벌에게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국민들에게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법부의 위엄을 보여주길 바란다.
산업2부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