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처음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1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다. 유 전 장관이 법정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와 관련해 입을 열지 주목된다.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21일 열린 김기준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1회 공판을 열기로 하고, 이날을 유 전 장관과 오모 전 서기관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로 잡았다. 3차례 공판준비기일에 나오지 않았던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1회 공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증인으로 채택된 유 전 장관은 그동안 박근혜정권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 1월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직접 가져온 메모지를 잡고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예산이나 공공 자산을 가지고 정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사건으로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다"며 "박근혜정부가 문화계 인사 차별과 배제를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 및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을 볼 때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다. 김 전 실장 취임 이후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 회의 등 수시로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블랙리스트 실행)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월25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대통령이 수첩을 보며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은 참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며 “문화예술게 블랙리스트 반대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에 대해 반대하자 박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라고 증언했다. 또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과장·국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장관이니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인사 지시를 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따를 것이기 때문에 장관인 저에게 맡겨 달라’고 제안했으나 박 대통령은 역정을 내면서 인사조치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측은 공판 준비기일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 없고,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부합하도록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균형 잡힌 문화예술정책을 강조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정부·청와대의 입장에 이견을 표명하는 세력은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정권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려는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에 기인한 것으로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고 못 박았다. 김 전 실장 등과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모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 또한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3개 위원회의 위원명단과 보조금 내역, 회의 의사록 등에 대해 사실조회를 재판부에 신청했다. 한편 블랙리스트 공모 혐의를 받는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에 대한 1회 공판은 4월5일 열린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