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정유라 학사비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주인공인 정유라씨 없이 본격 시작된다. 최순실씨 딸 정씨에게 이화여대 입학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에 대한 1차 재판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증인으로 나온다. 학사비리의 중심에 있는 정씨는 덴마크에서 한국 송환 불복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수정) 심리로 22일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증인으로 김 전 차관을 채택하고, 오는 6일 열리는 1회 공판기일 오후에 김 전 차관 증인신문 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정씨에 대한 특혜 부탁이 오고갔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증인 8명을 신청했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이 포함됐다.
김 전 학장은 이대가 체육특기자 과목에 승마를 추가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최씨, 최경희 전 총장, 남 전 입학처장 등과 공모해 정유라씨를 부정 입학시켜 이대 체육특기자 담당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류 교수 등에게 정씨의 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하게 해 학적 관리 업무도 방해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학장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러한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최씨를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 전 학장 측 변호인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관련자들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학사 비리와 관련해 류 교수에게 (학사 특혜를) 부탁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김 전 학장에 이어 열린 1회 공판에서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지만 법리 다툼을 할 것을 예고했다. 류 교수 측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따르면 업무방해죄에서 ‘위계’와 ‘타인의 업무’ 등이 인정되는지, (시험) 답안지가 사문서에 해당되는지 등을 놓고 특검 측과 류 교수 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류 교수는 업무방해·사문서위조교사·증거위조교사·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6월 말 2016학년 1학기 과목인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란 수업에 정씨가 출석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도 'S(합격)' 성적으로 학사관리시스템에 입력해 교무처 담당자의 학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또 지난해 10월 정씨의 입시와 학사 관리 특혜 의혹에 관한 이대 학교법인의 자체 감사와 교육부의 특별사안 감사로 징계 또는 수사기관 고발 절차 등이 예정되자 정씨에게 부정하게 학점을 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교 2명에게 정씨 명의의 기말고사 시험답안지를 작성하고, 기말고사 출석부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덴마크 법원에 구금돼 있는 정씨는 덴마크 검찰이 내린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첫 재판이 다음 달 19일에 열린다. 정씨가 패소해도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계속 송환거부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커 정씨 송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지난 1월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이후 법원의 세 차례 구금연장 결정으로 70일 넘게 구금돼 있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